"응어리 풀 계기…盧의 정치적 복권 그 이상"
"文대통령 국정운영서 盧철학 실천"…친노 행보 주목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소회는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마침내 지난 5·9 조기대선에서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친구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서 숙원이었던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노직계 인사들은 새 정부 초기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친노진영이 다시 핵심 세력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향후 5년간 노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핵심 가치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녹여내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친노진영 일부에서는 "이제 응어리가 조금은 풀릴 계기가 마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노진영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12년 문 대통령을 앞세워 정권교체를 시도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배,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당내에서는 친노 진영을 겨냥한 대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됐고, 설상가상으로 문대통령 역시 'NLL 대화록' 논란에 휩싸이며 친노 인사들이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노진영 역시 다시 힘을얻기 시작했고, 분당 사태 등을 거치면서 원조 친노 진영과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문(친문재인)진영 인사들이 민주당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의원을 비롯, 강병원·고용진·권칠승·김종민·박재호·신창현·전재수·정재호·조승래·최인호·황희 의원(가나다순) 등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12명이나 당선되면서 '친노의화려한 재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여파로 치러진 이번 조기대선에서는 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내에서 경쟁하면서 '친노 적자대결'의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민주정부 3기'를 활짝 열어젖힌 친노진영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를 맞아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문 대통령 국정운영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다짐이다.

 김경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 실마리를 마련했다"며 "문 대통령의 당선이 그동안의 응어리가 풀어져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전해철 의원도 통화에서 "벌써 서거 8주년이 됐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당시 느낀 참담함은 그대로"라고 소회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잘 실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부대변인 출신 최인호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힘을 써왔는데, 문 대통령이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는 것이 뜻깊다"고 말했다.

 역시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인 전재수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의 당선은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권 이상의 의미"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후 친노진영의 행보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비롯해 친노 핵심들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인사들로 출발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친노진영은 이 정부의 최고 '파워그룹'으로서 이후 국정운영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친노 인사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임을 하지는 않더라도 이번 정부의 국정 기조에는 친노의 가치가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권 중반기나 후반기에는 친노 핵심 인사들이 다시 전면에 부상할 수 있다는 예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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