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 겨우 보름 정도 지났지만 발 빠른 행보를 따라가느라 숨이 가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모두의 열망과 기대가 꼭 현실이 되기 바란다.

지방정부 시장으로서 무엇보다 우선,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지방분권 시스템을 꼭 확립해달라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20여 년 전 지방자치가 새롭게 출범할 때, 민주주의를 지방자치를 통해 완성한다는 원대한 이상이 있었지만 아직도 실현은 요원하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피땀 어린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중앙정부 권세를 거둬 지방정부가 농축해오던 폭발적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한다.

특히,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오산은 새 정부 교육정책을 각별히 지켜보고 있다. 새 대통령 취임은 교육 분야서도 지방분권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 같다. 교육부 기능조정을 통해 초중등 교육자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진짜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대한민국 만악(萬惡)의 근본 이유는 낡은 교육에 있고 낡은 교육의 핵심이 대학입시다. 오산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하고자 하지만 입시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잦다. 막대한 사교육비, 교육 양극화, 학교폭력 등 사회적 비용은 물론이고, 인구절벽을 초래한 낮은 출산율의 가장 큰 이유도 교육이다. 행복한 세상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이나 지방 어디에 살든 공평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미래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 약속처럼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고 입시를 혁신하며 특목고를 폐지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시대착오적 입시경쟁에 매달려오던 교육에 일대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필요하다면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오산시는 7년 전부터 경기도교육청과 손잡고 혁신교육도시로 지정받아 새 정부의 교육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다양한 정책을 진행해왔다. 한때는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였지만, 교육을 통한 도시 재건에 성공해 행복한 교육에 대한 경험을 어느 지자체보다 풍부하게 축적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오산의 이런 보편적 교육정책들이 더 많은 곳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역교육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교육당국과 지방정부가 적극 협력할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학교는 도시의 한 부분이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시민이다.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교육이다. 지역사회가 교육 현장이고 도시 자체가 교육 환경을 이루기 때문에 아이들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은 지방정부의 핵심 시정일 수밖에 없다. 교육이 무너지면 지역사회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경험해왔다.

물론 교육자치의 독립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오산은 어느 지자체보다 교육당국과 지방정부가 협력해 진행해온 일들이 많지만 단 한 차례도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이 위협받지 않았다.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협력이 가져올 장점은 아주 많다. 많은 지자체가 교육에 투자를 할 각오가 돼 있어 중앙정부가 세세히 메울 수 없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교육복지와 사회적 복지를 더 높은 단계에서 결합할 수 있고, 학교 안팎 교육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온 마을이 학교’라는 공동체교육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 오산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지방정부와 교육당국, 아이, 학부모, 시민, 공동체가 모두 참여해 행복한 교육을 선도하는 ‘교육협치’의 모델도시로 나설 용의도 있음을 밝힌다.

곽상욱 오산시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