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선배를 위해 후배들이 선물을 준비하던 공직사회의 관행이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등의 영향으로 변화의 길목에 섰다.

과천시에서 5급 이상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퇴임하는 선배에게 선물해 왔던 행운의 열쇠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일 과천시 간부공무원들에 따르면 매년 5급 사무관 이상 간부공무원들이 퇴직하는 선배들을 위해 순금으로 만들어진 행운의 열쇠를 선물해 왔다.

전통적으로 한냥(37.5g)짜리 행운의 열쇠를 선배들에게 선물해왔으나 4∼5년전 금값 폭등으로 현재는 반냥(18.75g)으로 줄여 선물하고 있다.

이들 간부공무원은 매번 선배 1명이 퇴임할 때마다 금값과 회식비로 1인당 5∼8만 원 정도를 분담해 선물을 구입했으며 이렇게 구입한 행운의 열쇠는 퇴임하는 공무원에게 시장이 대신 전달해 왔다.

현재 과천시 4급 이상 공무원은 34명이며 오는 6월말 퇴임하는 대상자는 부시장을 포함해 사무관 1명 등 모두 2명이다.

내년에 퇴임하는 5급 이상 공무원은 서기관 2명과 사무관 5명 등 무려 7명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간부공무원들이 한꺼번에 퇴임하게 될 경우 관행을 따라야 하는 후배 공무원들은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시의 A모 사무관은 “후배들이 퇴임하는 선배들을 챙기는 관행을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퇴임 선배들이 많을 경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근 지자체만 보더라도 퇴임 선물 관행이 없어진 지 오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전현직 교수 17명이 퇴임하는 선배 교수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선물했다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과천시의 이같은 관행이 더욱 위축되는 분위기다.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B모 사무관은 “지금까지 수년간 선배들의 퇴임식 선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퇴임을 앞두고 있는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부담이 되는 관행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현기자/face001@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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