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나란히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23일 열렸다. 4월 17일 기소된 이래 36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통상의 피고인이 입는 수의 대신 남색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평소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림머리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머리는 플라스틱 집게 핀으로 고정했다.

최씨와 신동빈 회장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최씨가 독일로 출국한 이후 8개월 만이다. 다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진 않았다.

재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역사적 의미 등을 고려해 재판 전 법정 모습을 언론이 촬영할 수 있게 허락했다.

정식 재판의 시작인 만큼 검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등 8명이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이상철·유영하·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3시간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 관계를 맺어온 최씨에게 국가 기밀을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게 하는 한편 권력을 남용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권에 개입해 사익을 추구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지원배제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이 사사로운 이익 취득을 위해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재벌과 유착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도 부인 입장이냐”고 묻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삼성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관련자 153명의 진술조서를 전부 증거로 쓰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증인신문 과정을 거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취지다.

29일부터는 매주 월·화요일 삼성 뇌물 사건과 관련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5일부터 법정에 출석한다.

김동성·나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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