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나라답게’,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염원하는 국민의 희망을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연일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국민의 염원에 호응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다시 놓고,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대통령이 5. 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과 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조치는 시대가 바뀐 걸 실감케 하는 감동이다.

그 결과 국민의 87%가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앞에는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사드 배치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과 중국의 군사굴기, 중일, 러일 등 각 국간의 영토분쟁 등 동북아 지역은 긴장의 연속이다. 바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 4대 강국의 지역패권 다툼이 진행 중인 것이다. 긴장의 중심에 한반도가 있는 셈이다. 결국 한반도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난제가 문재인 정부 앞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고려하며, 균형 있는 4강 외교를 펼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이다.

뿐만 아니다. 저성장?장기불황이 지속되며,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경제를 살리는 일 또한 시급하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기업과 고소득층 중심의 경제정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했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실패는 여실히 증명됐다. 따라서 새 정부에선 대한민국의 경제체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운용체제에 일대 개혁이 불가피하다. 이 역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 외에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독재의 잔재,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청산을 비롯해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 및 교육제도 개혁 등 새로운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수많은 난제들이 문재인 정부 앞에 놓여 있다.

이처럼 시급하고 중차대한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결코 서둘러선 안 된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주도면밀하게 과정을 밟아 나아가야 한다. 또한 성과주의에 매몰돼서도 안 된다.

어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였다. 모처럼 찾은 봉하마을 가는 길, 감회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추도식 내내 우리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의 실패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아무리 급진적이라 하더라도, 과정은 안정성을 가져야 한다. 정책이나 이슈 발굴부터, 이를 제기하는 방식과 시기 모두 전략적으로 주도면밀해야 한다. 또한 이후엔 상대방과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 그 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과 협상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포석(布石)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마 4단의 바둑 고수인 만큼, 포석의 중요성은 잘 알리라. 그러나 참여정부에선 포석이 없었다. 대통령이 과정을 밟지 않고, 정책이나 이슈를 바로 제기해 그 저의에 의혹만 일었다. 또한 상대를 가르치려는 국정운영으로 논란만 야기했다. 물론 참여정부의 개혁은 좌절됐다. 개혁은 철학도 중요하지만 실천이다.

개혁은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혼자의 힘만으론 실현할 수 없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이를 추진할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선 야당은 극렬히 반발했고, 개혁의 동반자여야 할 여당은 엇박자를 내거나 등을 돌렸다. 개혁을 지원할 시민단체 또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선 그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5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고, ‘여?야?정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약속했다. 개혁의 완결이 제도화인 만큼,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이고, 이를 위해 협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매우 다행이다. 또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보다 진화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진다.

아무쪼록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의 실패를 딛고, 개혁을 성공했으면 한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되는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꿈꿔본다.

임종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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