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경기도시공사 본사의 모습. 조태형기자

2조 원대의 대규모 신규 지역현안사업을 추진하려던 경기도시공사가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났다.

최금식 전 사장의 갑작스런 조기퇴임에 이어, 김용학 신임 사장 후보자가 공사 안팎의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서다.

도내 10개 시·군 및 2개 지방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추진하려던 지역현안사업들이 지난 3월 최 전 사장의 조기퇴임 후 사장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3년 만에 부채비율을 316%에서 184%로 줄이고, 8년만에 신규사원을 대거 채용하는 등 창립 20주년을 맞아 재도약을 준비하던 공사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국토부와 LH 등에 대한 사장 후보자 의존도를 줄이고, 경륜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자체발탁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개 시·군 2조2천억 대 신규사업= 경기도시공사가 올해 신규 추진하려는 사업은 도시개발 2개와 산업단지개발 3개 등 5개로, 총사업비 규모는 2조2천155억 원대에 달한다.

8천271억 원을 들여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18번지 일원 11만9천680㎡ 부지의 냉천지구에 1천988세대 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안양냉천주거환경’ 사업은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의회 투자동의안 심사에서 보류됐다. 표면적으로는 이주자 대책마련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정치적 논리가 개입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도의회는 최금식 전 사장의 조기퇴임 배경에 대해 남경필 지사와 경기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었다. 인사청문회 1호 통과자인 최 전 사장이 별다른 결격사유 없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는 남 지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판단에서다.

‘고양 방송영상문화 콘텐츠밸리’ 역시 같은 이유로 두 차례나 보류됐다. 이 사업은 고양시 한류월드 인근 70만㎡ 부지를 추가 개발해 방송영상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6천738억 원으로 한류 확산의 가장 큰 원동력인 방송·영상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오는 6월에도 광명·시흥시와 안성시에서 진행될 두개 사업이 투자동의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4천536억 원 규모의 ‘광명시흥 첨단R&D단지’는 광명시 가학동과 시흥시 논곡동 및 목감동 일원 49만3천745㎡ 부지에 첨단연구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시공사와 안성시, 중소기업중앙회가 함께 추진하는 ‘안성 중소기업산업단지’는 1천526억 원을 들여 안성시 서운면 일대 70만7천㎡에 조성되는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다.

이밖에도 1천313억 원을 들여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일대 43만9천㎡ 부지에 패션·디자인·K-문화 등 차세대 산업을 유치하는 ‘포천디자인빌리지’ 조성사업 또한 올해 공사가 추진하는 신규 지역현안사업이다.



◇정치논리 벗어난 인사 채용 필요성 제기= 이처럼 굵직한 개발사업들이 추진을 앞두고 있지만, 진두지휘할 수장의 부재로 진척은 더디기만 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사 관계자는 “역대 사장들 중 정치적 논리에서 자유로웠던 인물들은 극히 드물었다”면서 “도지사 임기나 이해관계에 얽메이지 않을 전문경영인 또는 공사 내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자체발탁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학 사장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도의회의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후보자를 물색하더라도 남경필 지사의 임기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지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기도시공사 사장과 본부장급 고위직의 인사개혁에 대한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현재 부사장 겸 북부본부장을 비롯한 다섯 명의 본부장 중 공사 내부 자체승진 인사는 한 자리 뿐이다. 나머지는 세명은 경기도청 퇴직 공무원, 그리고 한 명은 외부 공모를 통해 영입된 인사다.

반면 같은 지방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경우 여섯 명의 본부장 중 자체승진 인사가 네 명, 공모를 통해 영입한 외부인사가 두 명이다. 이른바 낙하산은 없는 셈이다.

공사 관계자는 “SH나 LH와 같은 인사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경기도시공사도 내부직원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외부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체계를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영민·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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