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개혁으로 법관들 가세할 경우 '지각변동' 전망도 제기
형사사건 수임시장 경쟁 격화…취업제한 로펌 "신경 쓰이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최근 검찰 고위간부들이 대거 퇴진하거나 향후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돼 변호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향후 사법부까지 쇄신 대열에 포함돼 법관 출신까지 가세할 경우 상당한 변화도 예상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 정부의 검찰 인적 쇄신에 맞춰 물러나는 검찰 간부가 많게는 10∼20명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당장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경우 김수남 검찰총장,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 이창재 법무부 차관이 사직했으며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돈봉투 만찬'이 불거진 뒤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는 검찰 인사의 폭과 시기에 달린 문제일 뿐 퇴진 인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경우 대형 로펌 취업이 제한돼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할 가능성이 커 업계는 때 아닌 공급과잉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개정된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퇴직일로부터 3년 간'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로펌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다.

 정식 기소돼 재판이 열리는 형사 공판 사건은 해마다 35만여건이 접수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기존 형사사건 변호사들이 일거리를 뺏길것으로 전망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의 사건 '싹쓸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한 명이 1년에 많아야 약 100여건을 수임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전관'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수임에 나서면 상당수 사건이 이들에게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검사장급 고위 검사가 줄줄이 사표를 내고 변호사업계로 뛰어들어 수임 대란이 일어났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보여 업계가 초긴장 상태"라고 진단했다.

 굵직한 대형 형사사건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리는 국내 주요 로펌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검사장 출신 변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로펌의 형사사건 대응역량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았겠지만,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검사장급 인사 영입이 제한돼 한숨만 쉬는 상황이다.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등 28곳이다. 국내 주요 로펌은 대부분 취업제한 대상인 셈이다. 클리포드 챈스 등 외국 로펌 두 곳도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는 초점이 검찰 개혁에 집중돼 있지만, 오는 9월 대법원장 교체와 그 이전에 대법관 인선 등을 계기로 사법부 개혁까지 진행될 경우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등 차관급 이상 고위법관을 포함해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등 법관들의 진출까지 맞물려 업계는 일대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한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는 "로펌 영입이 불가능한 이상 검사장 출신이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는 형사사건 수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다"라며 "특히 이들이 비교적 수임료가 비싼 대형사건에 몰릴 가능성이 커 형사사건 비중이 큰 로펌들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수임 경쟁이 격화되더라도 수임료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오랫동안 형성돼 온 형사사건 수임료 관행을 깨트릴 시도는 서로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견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변호사 수임료 하한에는 일정한 마지노선이 있다"며 "하한선이 무너질 경우 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공급과잉이 수임료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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