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즐거운 바둑 두겠다. 나도 변화 겪는 중"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 3전 전패의 수모를 당한 커제(柯潔) 9단은 26일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커제 9단은 이날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3번기 마지막 대국에서 불계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며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커제 9단은 회견 중 스스로 분했는지 한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오늘 고통스럽게 바둑을 뒀다. 대국후엔 더 잘 뒀어야 했다고 스스로 책망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회견장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위로의 박수 소리가 30초간 지속됐다. 그는 "칭찬을 받을 자격이 없다. 져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승부에 집착하는 때가 있지만 바둑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게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바둑을 즐겁게 두겠지만, 인간과 바둑을 둘 때가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커 9단은 "오늘 대국은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둬도 이보다는 잘 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포석 단계에서 내가 생각해도 참기힘든 악수를 뒀다. 시작하자마자 손실이 생겨 어렵게 바둑을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커 9단은 "전날 밤에 잠을 자지 못해 매우 긴장됐다. 줄곧 어떤 수를 써서 알파고에 응대해야 할지 생각했다"며 "어리석은 자가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자책했다.

 커 9단이 계속 자책하자 복식전 참가자로 함께 연단에 올랐던 롄샤오(連笑) 8단이 "2국은 누구도 커제만큼 잘 둘 수는 없었다"고 위로하며 서로 안아줬다.

 커 9단은 이날 대국중에도 울음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한시간 1시간여를 남긴 시점에 돌연 자리를 벗어났다가 10여분만에 돌아와 눈가를 닦으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커 9단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커 9단이 대국중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눈가도 붉어졌다. 전날 잠을 자지 못했고 바둑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 9단은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내 자신을 바꾸는 중이다. 나는 내 자신만 바꾸면 되겠지만 딥마인드팀은 세상을 바꿔놓았다"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번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국은 그동안 인류가 뒀던 그 어느 시합보다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합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