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가 삶의 모든 것이다. 20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를 육성하는데 사활을 걸어왔다. 그 덕분에 인프라는 부족할지라도 스쿼시의 성장 속도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군포에서 스쿼시 외길을 걷고 있는 강호석(42) 스쿼시 국가대표 코치는 28일 “배려의 스포츠로 불리는 스쿼시의 성장을 위해 애써왔다”며 “한국이 스쿼시 강국으로 발전해 가는데 역할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대학교 1학년이던 94년 스쿼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거주하던 부산에 처음으로 스쿼시 코트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스쿼시를 시작했다. 98년에는 군포로 거주지를 옮겨 ‘그린힐스쿼시아카데미’에서 스쿼시 코치를 담당했다. 그가 지도한 선수들이 전국대회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강호석이라는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 코치가 이끌었던 국가 대표팀이 ‘2014년 인천아시아게임’ 여자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같은 해 ‘스쿼시 아시아연맹 코칭발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쿼시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빠른 성장을 일궈낸 것이다.

현재 군포에서는 코리아오픈 1, 2, 3위의 선수들과 유재진, 박종명, 박은옥, 허민경, 고영조, 이세현 등 스쿼시 국가대표 선수 6명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강 코치는 이들 스쿼시 국가대표팀 코칭을 맡으면서 선후배 선수들 간의 ‘멘토링’을 통해 서로 격려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는 강 코치의 ‘코칭’ 철학이다.

그는 “선수들을 훈련할 때 주입식 티칭문화는 지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터득하고 판단해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소년 선수들의 경우 창의적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데, 일일이 선수 플레이에 개입해 가르치는 ‘티칭’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스쿼시 훈련 시간과 방식을 바꿔 선수들의 성적이나 체력을 향상시켰다. 기존의 스쿼시 훈련을 오전 2시간 이상, 오후 4시간 이상 진행하던 것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오전에는 자신에 맞는 웨이트트레이닝, 오후에는 선수중심 프로그램에 맞춰 훈련하는 것이다.

강 코치는 “운동을 무조건 오래해야 잘 할 거라는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스쿼시에 필요한 체력훈련과 자신에 맞는 기술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효율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쿼시를 ‘배려의 스포츠’라고 표현한다. 내가 강하게 공을 던지면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코치는 “스쿼시의 던지고, 쳐내는 활동이 인간 내면의 분노 표출을 도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공간 지각력이 필요해 스쿼시는 두뇌플레이가 필수인 종목”이라며 “운동·두뇌·배려가 필요한 운동으로 인성교육에도 아주 좋은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용경기장 및 외국인코치의 훈련 없이도 해외선수들과 격차를 좁혀 나가는 우리나라 선수들과 코치진을 보면 새삼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며 “스쿼시 인프라는 세계 꼴찌 수준이지만, 실력에 있어선 아시아권 4~5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인프라 확충 후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쿼시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꿈나무 스쿼시 선수들에 대한 애정 어린 응원이 한국을 스쿼시 강국으로 만들 것으로 그는 확신한다.

김명철·이보람기자 / kw82112@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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