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전국을 통일한 한고조 유방은 큰 공로를 세운 한신을 초왕(楚王)으로 봉했으나, 늘 언젠가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의심했다.

이후 초왕 한신의 휘하에 옛친구 종리매가 찾아온다. 종리매는 과거 유방과 옥좌를 두고 다퉜던 항우의 부하였다.

유방은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하라고 했지만, 친구를 버릴 수 없었던 한신은 항명한다.

이 사실을 알게된 유방의 압박이 거세지자, 한신의 부하들은 종리매의 목을 유방에게 바칠 것을 강권하고 끝내 종리매는 자결하게 된다.

한신은 종리매의 목을 들고 유방을 알현하지만 되려 반역의혹을 뒤집어썼고, 혐의 없음이 확인됐음에도 회음후로 강등당해 풀려난다.

토끼 사냥이 끝난 후 쓸모가 없어진 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인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유례다.

최근 경기도의 한 산하기관에서도 토사구팽의 조짐이 보인다.

이 기관의 홍보부서는 올초부터 지금까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통합 첫 해인만큼 홍보에 주력하려 했으나, 직원들이 둘로 쪼개져 다투는 바람에 애꿎은 화살이 부서로 날아왔다.

지난 3월께 기관 출입기자들에게 익명의 투서가 제보됐기 때문이다.

그 투서에는 현재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관 관련 스캔들이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확인 결과 투서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새로운 수장과 기존 간부들의 갈등. 명예직으로 위촉된 높은 분의 갑질.

홍보부서는 기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칼날이 홍보부서를 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하지 않겠냐는 일종의 책임론을 떠안게 된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고는 위에서 치고 수습은 아래서 하냐고.

본인들은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토사구팽이다.

황영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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