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란 수식어만큼이나 5월에는 기념일도 많고 각종 행사도 많다. 특별히 올해는 뜻하지 않은 대통령선거까지 겹치면서 계속되는 징검다리 연휴로, 쉬는 듯 일하는 듯 경황없이 지냈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학이 5월에 봄 축제를 거행한다. 축제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데, 그 중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새내기 대학생들일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축제의 설렘과 함께 찾아오는 것은 대학 생활에 대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해서 중간고사 이전시기까지 대학에 첫 발을 들여놓은 그들은 모든 것이 즐거웠다. 수업도 즐겁고, 선배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며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것이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시험이라는 ‘평가’제도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생각해 볼 기회가 생긴 셈이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와는 전혀 다른 시험문제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주어진 답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는 훈련만 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라고 하니 막막하더라는 것이다. 즉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맞이한 장애물이 시험인 셈이다.

그래도 그 장애물 덕분에 인간의 사고는 성숙해 진다. 새내기 대학생들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시험은 평가의 시간임과 동시에 성찰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 1학년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대학 생활과 현재의 대학 생활에 차이가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학생들은 크게 웃으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3월에는 대학 생활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했던 학생들이, 시험 이후에 동일한 질문을 던졌을 때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였다. 실제로 그들의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그것은 아마 시험이라는 장애물을 만나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겪으며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그랬듯이 그들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참고 견뎌 왔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운동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러면서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타고 등등.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여 낯선 생활들을 체험하느라 처음의 계획이나 포부 등은 잠시 잊게 된다. 그러다가 시험을 치르며 현실을 자각하고 잊고 있었던 첫 마음이 떠오르며, 조금씩 조금씩 고민거리도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각자의 삶에는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고민을 극복하느냐, 고민에 함몰되느냐의 차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즉 각자의 장애물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리라. 얼마 전 ‘장미 대선’을 치루고 우리나라의 제19대 대통령이 새롭게 탄생했다. 새 대통령의 행보는 연일 화제를 낳았다. 청와대 직원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한 오찬을 나누고, 유기견을 입양하고,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거나 셀카를 찍기도 하였다. 게다가 대통령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수려한 외모 덕분에 일명 ‘꽃보다 청와대’로 불리며 대통령, 또는 새 정부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였다. 한 기관의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7%가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지지율이 끝까지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문득 시조 한 수 떠오른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저물지도 새지도 마르시고 새려거든 주야장상에

오늘이 오늘이소서, 오늘이 오늘이소서.



백성들에게 좋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축원의 노래로, 고려 말에서 조선중엽정도까지 불렸다. 사실 이전의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국민들의 크나 큰 호응을 얻었다. 18대 대통령 득표율은 51.6%로 역대 최고였다. 당선 이후에는 지지율이 좀 더 높아져 67%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었다. 그러나 모두의 상처로 끝났다. 새 정부 또한 정책을 수행하는 동안 다양한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그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처음처럼 지금처럼 한결같기를 바란다. 매일이 오늘이소서!

김상진 한양대 교수, 한국시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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