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요-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케리 이건/부키(주)/ 288페이지

수술 중 투여받은 진통제의 후유증으로 얻은 정신병으로 인해 깊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저자가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다.

온몸에 암이 퍼진 할머니, 대학 입학식 다음날 총기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청년, 뇌졸중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가 된 남자, 전쟁에 나간 동안 다른 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과거를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등.

이들은 삶의 끝에서 각자의 후회와 아쉬움, 깨달음, 그리고 놀랍게도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 동안 놀랍도록 치유받은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열세 개의 이야기로 엮어 독자들과 함께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곤 한다. 그러나 가끔 이 세상에는 의미를 찾아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불행이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평생 고통이 끝나지 않을 거라 절망한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결국 언젠가는 변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살아내게 된다.

밖에서 봤을 때 이들은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일 뿐이다. 점점 쇠약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에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 그러나 이들은 할 말이 많다.

자신이 인생에서 겪은 저마다의 사연과 삶의 진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이들이 인생의 끝에 이르는 동안 겪은 사건과 깨달음, 그리고 무엇보다 평범한 삶에 대한 비범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이 책은 회고록인 동시에 목격담이다.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저자가 삶을 돌아보는 노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며 스스로 답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이다.

죽음을 주제로 이용해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절절한 신파로 빠지지 않고 담담히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보통사람들이 전하는 저마다의 잔잔한 삶의 이야기에는 명언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 동시에 고통인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호스피스의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 언젠가 꼭 한 번은 하게 되는 것일 뿐이며, 삶을 충실히 살고 죽음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고 독려한다. 이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전달할 것이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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