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기 川 마을입구서 만나 큰 부자 날 땅

전국적으로 민속마을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는 마을은 8곳이다. 안동 하회마을, 제주 성읍민속마을, 경주 양동마을, 고성 왕곡마을, 아산 외암마을, 성주 한개마을, 영주 무섬마을, 순천 낙안읍성이다. 이중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은 500년 전통을 지닌 예안이씨 집성촌으로 60여 가구 2백여 명이 살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입구에 이르면 다리를 건너기 전 매표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마을의 산수를 살피보기 바란다.

우선 물이 다 이곳으로 모이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물은 마을 외곽을 활처럼 감싸고 흐르는 외암천이다. 망경산(600.8m)과 광덕산(699.3m) 사이 장고개에서 발원하여 강당리를 거쳐 흘러내려오는데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다. 두 번째로 큰물은 주산인 설화산에서 발원하여 마을 동쪽 청룡 자락을 따라 내려오는 물이다. 세 번째는 마을 안길 옆을 따라 흘러오는 물이고, 네 번째는 마을 서쪽 백호 자락을 따라 흘러오는 물이다. 이들 물이 다 마을 입구에서 합쳐진다. 그러므로 이곳은 외암마을의 수구에 해당된다. 물가에는 외암동천(巍巖洞天)·동화수석(東華水石)이란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단단하게 박혀 있다. 이를 수구사라 하는데 큰 부자를 낼 수 있는 땅이 있다는 증거다.

그 다음 마을 앞에 안산인 면잠산(170m)이 반듯하게 서 있다. 정삼각형에 가깝다. 이러한 산 형태를 귀인봉·문필봉·노적봉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이 있다고 하여 마을 모든 집에서 인물이 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 보인다. 그러므로 면잠산이 똑바로 보이는 집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집이 좋다는 뜻이다. 예컨대 참판댁에 갔을 때 마당에서 대문 바깥쪽을 바라보면 면잠산이 똑바로 보인다. 건재고택 뒤편에서도 면잠산을 바라보면 똑바로 보인다. 이러한 것을 풍수에서는 안산심혈법이라고 한다. 안산을 보고 혈을 찾는다는 뜻이다.

마을 뒤편으로는 주산인 설화산(447.5m)이 보인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설라산(雪羅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늘 가운데 우뚝 솟아 마치 홀(笏: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 손에 쥐고 있는 패)을 세운 모양과 흡사하여, 아산과 온양 등의 고을에서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과 학문을 공부한 선비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설화산 동북쪽 기슭에는 배방읍 중리의 맹사성 고택인 맹씨행단이 자리하고 있다. 그 반대편인 남서쪽 기슭에 외암마을이 있다. 풍수에서는 산을 앞면과 뒷면으로 구분한다. 산 정상에서 보아 앞면은 산세가 완만하고 순하다. 이에 비해 뒷면은 가파르고 험하다. 앞면이 뒷면보다 길지가 많다. 외암리와 중리를 비교했을 때 같은 설화산 자락이라도 외암리에서 더 많은 인물과 부자가 배출되었다.

설화산에서 외암리로 뻗어 나온 산맥은 연이어 두 개의 봉우리를 일으킨다. 설화산은 거친 암석이 보인다. 그 아래 봉우리는 설화산보다 암석이 적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외암마을의 현무봉(370m)은 암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기운이 순화되었다는 뜻이다. 현무봉 정상은 약간 둥글고 그 아래로는 여러 갈래의 산줄기들이 뻗어있다. 그 모양이 여자가 머리카락을 풀고 있는 모습이다 하여 옥녀봉이라 부른다. 옥녀봉의 바로 옆 동쪽 봉우리는 가운데가 상하로 갈라져 마치 여자의 음부처럼 생겼다. 외암마을의 여자들이 기가 세고 똑똑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이 산이 보이는 집은 대문이나 담장에 남근석이나 선돌을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비보라고 하는데 센 음기를 양기로 중화시킨다는 의미다.

현무봉 중심에서 평지로 내려온 맥은 설화리를 거쳐 외암리로 오면서 여러 갈래로 분지한다. 마치 나무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뻗는 거와 같은 형상이다. 맥이 있으면 그 양쪽에는 반드시 물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두 물줄기 사이에는 반드시 맥이 있다는 의미다. 외암리처럼 평지로 된 지형에서는 맥과 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물을 보면 된다. 외암리는 맥이 여러 갈래로 뻗은 만큼 물줄기 흐름도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두 물줄기 사이에 맥이 있다. 혈은 물이 상분하합(上分下合)하는 곳에 있다. 어느 집이 혈인가를 판단하는 방법은, 집 뒤에서 물이 두 갈래로 갈라졌는지를 살피고, 집 앞에서 갈라졌던 두 물이 다시 합수하는지를 살핀다. 맥은 물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에 물이 합수하면 맥이 멈추어 혈을 맺는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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