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요/ 밤새 잠 못 들던 그날/ 내 모습 보여줄 이 그대라서/ 꽃잎 피기 전/ 얼마나 망설였는지//…약속해요/ 이 시간이 다 지나고/ 꽃잎 지게 되는 그날/ 다시 봄날 기다리며/ 견딜 수 있다는 걸// 이 시는 이봉영 시인(58)의 '꽃' 일부다. 사실 그의 본업은 소방관이다. 32년동안 공직생활에 몸담으며 현재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서 대응구조과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이 과장은 바쁜 일과 속에서도 틈틈이 시를 써 200여편의 창작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과장은 7일 “시를 처음 접하게 된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로 제출한 ‘장날’이라는 동시가 환경미화 작품으로 뽑혀 교실 뒤에 게시되면서부터 시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중학교 때 김소월의 ‘진달래꽃’, 박목월의 ‘나그네’ 등을 외우며 시에 매료된 이후 2004년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재직시절 지인의 소개로 월간문학 21에 작품을 낸 것으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 가장 큰 매력은 함축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글 안에 작가의 정신세계를 다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몸집은 최대한 줄이고 의미는 극대화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장은 시는 '언어표현 기술의 끝판왕'이라며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벗기다 보면 보석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과장은 부천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천문인협회는 한국문인협회 소속 지회로, 부천시가 ‘복사골 예술제’ 등 지역 행사에서 시민 문학 응모작품 심사, 시 낭송회, 시화전 등을 개최하고 수주 변영로 문학상 작품 심사와 선정을 주관하는 등 지역 정서함양과 문학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년 넘도록 부천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과장은 ‘부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협회원들과 연 2회씩 시집을 내고 있다. 연간 최소 10편의 시를 창작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경상남도 양산 도자기공원에 내가 쓴 시비가 세워졌다”며 “2006년에 도자기공원장인 김동훈 부산대교수가 비석에 들어갈 시를 공모했는데 나의 ‘소리바다’라는 시가 당선돼 입구에 자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리바다’라는 시에는 바다가 주는 교훈과 고마움을 담았다. ‘우렁찬 침묵/ 늘푸른 함성’을 대표적으로 의인법과 상징법을 사용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시비로도 새겨졌다. 이 과장은 “세월호 참사 때나 숭례문 화재 등 사회적 이슈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로 그 감정을 풀게 된다”며 “그때 작성했던 시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공직생활 2년여를 남겨 놓은 이 과장은 남은 기간 혼신을 다해 소방공무원의 소명을 다하고, 퇴직 후 창작활동을 활발히 해 좋은 작품을 많이 쓰는 ‘시인’으로 인생 2막을 채워갈 계획이다.

서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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