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민연금 독립성 심각히 훼손해 비난 가능성 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홍완선 전 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삼성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홍완선 나란히 징역 2년6개월 재판부 "국민연금 독립성 심각히 훼손해 비난 가능성 커"

합병 찬성해 '공단 손해' 홍완선은 법정구속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김영재 원장 부부 등 '비선 진료' 가담자들에 이은 두 번째 '국정농단' 유죄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는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며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홍 전 본부장은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에 대해 "복지부 공무원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내에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삼성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통해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가 공단 측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 부분도 유죄로 인정했다.

특검과 검찰은 삼성합병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장치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삼성합병을 돕는 대가로 삼성에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에 나서는 등 뇌물 공여가 이뤄졌다고 봤다.

법원이 이날 삼성합병에 대한 문 전 장관의 압력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향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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