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중국이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이나 역사왜곡에 이어 한국에서의 사드배치 문제에 거는 시비가 가히 그 도를 넘어 보복으로 까지 확대 되고 있는 것을 본다. 중국고전을 통해 이해하고 있는 우리네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요 처사다. 인의(仁義)도 금도(襟度)도 없는 옹졸하기 짝이 없는 나라요 야만국가가 된듯하다.

허긴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중국이 야만적이 아닌 경우가 오히려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유목민족이나 만주족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있어 그러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요, 야만적인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변질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산주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저들 중국인들에게 왜 필자가 중국을 야만국가라고 말하는지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자랑하는 고전을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작업을 해야 할 것같다. 옛날의 중국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선 어린 아이들에게 천자문에서 부터 <하늘 천(天)>자를 가르치고 이어 가르치는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도 하늘을 가르쳤다. “하늘은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복을 내려주시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화(禍)를 주신다”라고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은 살고 하늘에 거역하는 사람은 망한다”는 말도 가르쳤다.

이처럼 하늘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 왔다는 사실을 중국은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하늘을 잊은 지 오래인 나라가 된게 아닌가 해서 걱정이다. 어깨를 비비면서 영원한 이웃으로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나라의 국민이 혹여 하늘로부터 벌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싶어 하는 얘기다.

“하늘에 죄지으면 빌 곳도 없다”고 가르친 책도 중국고전 논어(論語)다. 공산주의자들에게는 하늘이 없을는지 모른다. 이념적으로는 하늘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세상천지에 하늘이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의 것이지만 이를 이루도록 하는 것은 하늘이다”라는 말도 중국고전에서 나온 말이다. 이건 무슨 말인가? 아무리 사람이 하려고 해도 하늘이 허여(許與)하지 않으면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명(命) 즉 천명(天命)이다. “한 생명체가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명(命)”에 있다고 명심보감이 말한 그대로다. 이것은 진리다.

동양사상에 대해 깊은 연구까지는 없지만 직관으로만 느껴지는 인식은 하늘(天)이 그 사상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들은 제왕의 명칭도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라 부르고 하느님도 천제(天帝)요 자연재해도 천재(天災)요 우수한 인재도 천재(天才)다. 인간의 자연적 권리도 하늘이 준 권리 즉 천부인권(天賦人權)이요 부부간에 맺는 인연도 하늘이 맺어준 연분 즉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 한다. 기적 같은 일은 하늘이 도운 것이라 하여 천우신조(天佑神助)요 절대비밀의 누설은 천기누설(天氣漏泄)이고 혈육간의 정이나 도리는 천륜(天倫)이다.

그렇다면 하늘이란 무엇인가! 종교적인 차원의 경전을 떠나 중국 사람들이 생각한 하늘(天)은 다섯 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홍인표). 첫째는 땅과 마주하고 있는 하늘이다. 가장 단순한 개념으로서의 하늘이 아닌가 싶다. 하늘에서 비가 온다는 뜻의 하늘 즉 물질적 존재로서의 하늘이다. 둘째는 주재(主宰)로서의 하늘이다. 창조주나 하늘의 임금이라는 뜻의 천제(天帝)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하늘을 향해 빌거나 제사지내는 대상으로서의 하늘 말이다. 인간의 도리를 어기고 큰 죄를 지으면 천벌(天罰)을 받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셋째는 운명으로서의 하늘이다. 앞에서 말한 천명과 같은 의미다. 넷째는 자연이다. 모든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변화 같은 것이라 여겨진다. 꽃피고 새 우는 삼라만상이야말로 하늘의 조화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는 의리(義理)나 도덕의 원천으로서의 하늘(天)이다. 동양적 사고로서는 의리나 도덕을 우주의 최고원리로 보았다.

그러나 어떤 뜻으로 보건 하늘은 하나다. 우리가 뜻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뜻의 하늘! 그것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하게 되어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하늘을 거스르고 있는 중국!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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