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신동에서 유출돼 토양 오염을 일으킨 무수크롬산이 기화(氣化)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문가 소견이 제시됐다.

수원시가 유출 사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12일 수원시청에서 연 ‘영통구 신동 무수크롬산 유출 관련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임시회의’에서 강태선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크롬은 기화될 확률이 거의 없다”며 “노출된 크롬으로 인한 발암 위험(가능성)은 단연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8일 유출지 현장 조사를 한 강 교수는 “자료로 판단해볼 때 이번 사고는 기본적으로 토양오염 사고이자 수질오염이 의심되는 사고”라며 “신동 일원 토양과 물을 오염시킨 크롬이 공기 중으로 섞여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어 “한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6가 크롬의 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만에 하나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 같다”며 “벤젠이나 톨루엔 같은 물질이라면 기화될 수 있지만 크롬은 기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수은을 제외한 모든 금속은 기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크롬을 다루는 공장 안에서 일하는 용접 근로자와 페인트 작업자 등은 분진 형태의 크롬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장이나 작업장 밖에서 공기 중에 크롬이 섞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시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임시회에는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 조인상 환경국장, 강태선 교수, 윤은상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위원 8명과 유준기 ‘래미안 영통 마크원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등 무수크롬산 유출지 주변에 사는 주민 15명이 참석했다.

이정호(송원산업(주) 환경부장) 화학사고관리위원회 위원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소규모 영세사업장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며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은상 사무국장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주민들의 불안은 증폭된다”면서 “사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시로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기 래미안 영통 마크원 입주자 대표도 “언론에서는 (무수크롬산이) 기화된다고 하는데, 강태선 교수는 기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니 어떤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밖에 ‘유출 사고를 전담하는 팀 구성’, ‘영통구에 있는 화학물질 취급공장 전수 조사’ 등을 요구했다. 한 주민은 “수원시가 두 달 전에 유출 사고를 알았는데,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한규 부시장은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부분이 해소될 때까지, 주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또 진척상황에 대한 정보는 곧바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백창현기자/bc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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