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무무 달하(달하)가 16일과 17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탄생 10주년 기념공연을 진행했다. 달하는 2008년 첫선을 보인 경기도립무용단의 대표 브랜드공연이자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다. 전통 무용과 태권도, 발레를 융합하고 동양의 전통적인 신화적 요소들을 가미했다. 달하는 초연 이후 10년간 수많은 국내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며 찬사를 받아오고 있다.

달하는 천지탄생과 미르(용)의 등장과 같은 태초의 모습을 담은 3분 분량의 영상으로 시작했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는 좋았지만 초연 당시와 같은 수준의 CG를 사용해 10년 전보다 높아진 기술과 관객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씬들은 훨씬 진일보한 무대조성과 의상, 소품,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백호와 독수리를 표현한 의상의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두꺼비와 뱀, 공작 역시 구체적인 동작과 소품으로, 충분한 유추가 가능했다. 특히 붉은색의 커다란 천을 날개처럼 두른 주작의 무대는 넘치는 카리스마와 화려함은 관중들을 압도했다. 달빛 아래 대금을 부는 씬에서는 놀라운 무대 배치와 조명의 조화로 실제 강가가 펼쳐진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의 핵심은 전통무예를 기반으로한 무대였다. 택견과 태권도, 씨름 등이 연출됐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무용과 시범을 모두 선보였는데, 무용의 경우 직선적인 태권도 동작과 곡선적인 무용의 동작 특성이 조화를 이뤄 이질감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시범의 경우 태극 7장, 고려, 금강, 태백 등 대외 시범용 품새들이 자연스럽게 연계됐다. 태권도 자체에 대한 연구도 상당했음이 느껴지는 부분들이었다. 한 가지 사소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무용수 배치의 대칭이나 동작의 통일성이 다소 일치하지 않는 모습들이 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무술동작의 특성상 20여 명이 한꺼번에 일치된 동작을 표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지만 비슷한 인원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치를 보인 씬도 있었기에 충분히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격파시범의 경우 비록 공연 자체와의 개연성이 다소 어색하고 늘어지는 측면이 있었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공연의 주인공인 태초남(이동준)과 태초여(이나리)의 듀엣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극의 전개 따라 바뀌어가는 태초남의 복장은 역사의 흐름을 상징하는 듯 했으며, 둘의 몸짓은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했다.

달하의 백미는 막바지에 전개된 수십명의 무용수가 그리는 달무리였다. 밤하늘을 표현한 무대 연출과 꽃비 등과 어우러져 장관을 만들었다. 환상적인 연출과 퍼포먼스, 비장함이 서려있는 음악은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표현했다는 도립무용단의 설명 그대로였다.

달하는 올해 역시 한국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고도 세계적인 문화콘텐츠가 충분히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많은 발전을 통해 도립무용단과 달하가 자랑스러운 한국예술의 슬로건으로 도약해나가길 바란다.

황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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