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로 실종자 및 추정 사망자 수가 58명으로 늘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아파트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 불기둥으로 변하면서 속수무책으로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 거주자 외 외부 사람들도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재 원인이 정부가 비용 절감을 위해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리모델링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렌펠 타워는 켄싱턴·첼시 구청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서민 아파트다. 화재 사고 이전에 입주민들이 계속해서 가스 누출과 화재경보기 고장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구청이 이를 제대로 시정하지 않아 전형적인 인재로 판명 나고 있다.

화재가 정부의 안전불감증과 무대응으로 더욱 촉발됐다는 여론이 확산하면서 시민 수백 명이 첼시 구청 앞에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로 몰려가 메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이튿날에야 현장을 찾은 메이 총리가 실종자·피해자 가족은 만나지 않고 돌아갔던 것이다. 가장 먼저 달려가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사죄와 위로를 해야 할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영국 여왕과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등이 피해자 가족을 만나 위로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화재의 근본 원인이 결국 인재로 밝혀지면서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지구 반대편에서 또다시 입증되고 있다. 멀쩡했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불기둥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여전히 사고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렌펠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화재가 나면 ‘가만 있으라’는 안전수칙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들으며 세월호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 당일 그 긴박했던 순간에 지도자의 책임을 방기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지도자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런던 화재 사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다. 두 번 다시 무능한 정부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고통 받고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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