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씨의 직업/조반나 조볼리/한솔수북



‘악어 씨의 직업’업은 반전이 있는 그림책이다.

요란한 시계 알람 소리에 단잠에서 깬 악어 씨는 넥타이를 골라 멋지게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하철에 들어선 악어 씨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역을 걸어와 이른 아침 공원으로 들어선다. 매표소를 지나고 소란스러운 원숭이 우리도 지나 한적한 목욕탕으로 들어가 옷을 벗는 악어 씨.

사실 이 곳은 앞장면에서 가졌던 기대감과 달리 그냥 동물원이다. 악어 씨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출근했던 것이다.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유쾌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는 늘 버스나 전철을 타고 똑같은 길을 지나 학교나 일터로 향한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악어 씨와 동물원 친구들의 모습이 우습고도 슬프다. 이 책은 안정적인 울타리보다 더 절실한 것은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자유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값 1만 1천 원.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