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형도 시인
기형도, 술값 대신 내준 여성에 선물로 써준 시 3편 중 1편 공개 '戀詩'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가 20대 초반에 썼던 미공개 연시(戀詩) 1편이 공개됐다.

19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 시는 기자 출신 작가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중인 소설가 성석제 씨의 동생 성우제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시를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성석제씨는 기형도 시인과 연세대 동문으로 생전에 막역한 친구사이로 알려졌다.

기 시인과 문학회 활동을 함께했던 박인옥(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장) 시인이 문학회 모임에 참여했던 문우의 여동생이 갖고 있던 작품을 성우제 씨에게 전달하면서다.

작품은 기 시인이 경기 안양에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근무할 당시인 1982년 문학모임 한 여성 회원에게 써준 시다.

성우제씨에 따르면 박인옥·홍순창·유재복 등 문우들과 함께 다방과 헌책방 등을 전전하며 습작하고 시낭송했다.그러던 어느 날 주점에서 모임을 하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여성 회원 중 한 명이 술값을 대신 내줬다. 기 시인은 감사의 뜻으로 즉석에서 연시를 선물했다. 모두 3편을 써 줬는데 이번에 공개된 것은 그중 하나다.

여성 회원이 시를 받은 뒤 30여년 동안 간직하다 우연히 다시 발견됐고, 박 시인이 입수해 성우제씨에게 자신의 일기를 보내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그의 시는 다음과 같다.

당신의 두 눈에 / 나지막한 등불이 켜지는 / 밤이면 / 그대여, 그것을 / 그리움이라 부르십시오 / 당신이 기다리는 것은 / 무엇입니까. 바람입니까, 눈(雪) 입니까 / 아, 어쩌면 당신은 /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 손을 내미십시오 / 저는 언제나 당신 배경에 / 손을 뻗치면 닿을 /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읍니다

한편 기형도 시인은 연세대 졸업 후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며 시작(詩作) 활동을 하다가 1989년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은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다. 홍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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