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거스른 친모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이 낳은 두 명의 아기 시신을 3년 동안이나 냉동실에 유기해 온 30대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2014년과 2016년에 출산한 아기가 죽자 냉동실에 유기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고 하지만 사망 원인조차 석연치 않아 아기의 부검과 더불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인륜을 저버린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들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참으로 무겁다.

게다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저지르는 분노범죄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얼마 전 양산의 한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 추락사 시킨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밧줄에 매달려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김모씨는 주민 서모씨에 의해 현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에서 칼로 밧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허공에 매달려 작업하는 작업자들이 음악소리로 두려움을 이긴다는데 이것이 시끄럽다고 생명줄을 끊어버리다니 너무나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을 잃은 김씨에게는 아내와 아직 미성년인 4남 1녀가 있었다. 막내는 고작 생후 27개월이었다. 한순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저지른 행위에 한 가족이 풍비박산 난 것이다. 일곱 식구 생명줄을 자른 서씨는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또 지난 주말에는 인터넷 속도에 불만을 품은 집주인이 수리를 위해 방문한 기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인터넷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집주인은 사건 당일 집을 방문한 기사와 말다툼을 벌이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기사를 살해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정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로에서도 차선을 방해했거나 끼어들기를 하면 끝까지 따라가 보복 행위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해 발생하는 폭력 범죄의 40% 이상이 우발적인 충동 범죄일 정도로 분노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에 옮기기조차 끔찍한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만 보아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피폐화·비인간화 되어가는 지를 보여준다.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사회 속에서 극단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분노조절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성 소멸이 가져온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돌봐줄 법과 정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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