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께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 아직 제대로된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잘못을 세상에 알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찾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수원평화나비’의 김봉균(49) 공동대표의 말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전략실장으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일본의 역사적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는 뜻있는 일을 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2014년 3월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창립, 같은해 8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2주년을 맞아 ‘수원평화나비’를 출범시켰다. 제1회 수원평화제를 개최한데 이어 2015년 1월부터 위안부 할머니들과 제 1161차 정기 수요시위에 참가하는 등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김 대표는 “아내와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장으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던 일반 시민이었다”며 “그러나 불현듯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뜻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평화나비 공동대표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이 땅에 평화가 가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명예와 인권을 되찾아 그 분들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비릴온 공원에 소녀상을 세우는데 안점순 할머니를 모시고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91세인 안점순 할머니는 14세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만큼 이날 행사에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유럽 최초로 세워진 이 소녀상은 일본군 피해자를 기리고 나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성폭력 피해자와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소녀상은 당초 염태영 수원시장 주도로 건립하는 것으로 추진됐으나, 일본 측의 반대가 거세 계획이 무산되는 등 4개월간 독일 창고에 보관됐었다. 하지만 재독 교민과 한국인 참여 현지 시민단체, 독일 한인교회협의회, 독일인 목사 등 다수 독일인들이 함께 소녀상 건립위원회에 힘을 보태 우여곡절 속에 소녀상이 빛을 보게 됐다.

김 대표는 “이 소녀상은 우리 지역의 시민들의 기금으로 마련돼 설치된 만큼 의미가 깊다”며 “일본 뮌헨 총영사를 비롯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가 만만치 않았고 공원의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을 위협하는 폭탄 메일과 전화가 빗발쳐 철거 우려도 있었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은 돈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상황이 됐다”며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라고 강조했다.

수원평화나비는 평화비 건립 모금활동 등에 나서주는 협력단체들이 있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원평화나비는 월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피해를 입은 필리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필리핀 릴라피나 센터에 1년에 두 번 500달러씩 지원하고 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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