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부터가 다르더라고요.”

남자 유도 경량급 기대주 전승범(19·용인대)은 지난 3월 태릉선수촌에 입성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선수촌을 찾았을 때 차오른 벅찬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땀 흘린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지만 훈련 첫날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전승범은 “얘기는 들었지만 훈련 강도가 이 정도로 셀 줄 몰랐다. 다시 선수촌을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힘든 하루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여기서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날마다 이를 악물고 땀을 쏟았다”고 말했다.

대학 새내기 전승범은 지난 3월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남자 60kg급 2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승은 못했지만 예상을 깬 선전이었다. 그도 “결승진출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승범은 지난주에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최종평가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 최종선발전에서 우승해 2개 대회를 모두 출전하게 됐다.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유도는 양주 덕계초 4학년 때 시작했다. 입문 3개월 만에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첫 판을 승리로 장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듬해 참가한 교보생명컵 대회에서 6학년 선수들을 누르고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의정부 경민중과 경민고 시절에도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무기로 각종 전국대회를 호령하며 승승장구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현재 체급을 유지하고 있다.

덕계초에서 전승범을 지도한 손정민 양주 덕현중 코치는 “당시에도 승부욕이 매우 강했고, 발 기술과 순간 반응속도가 좋아 또래들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전승범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60kg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전 대표팀 코치의 뒤를 잇겠다는 각오다. 이 체급에서 고등학교 선배 김찬녕(용인대)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차 선발전과 세계선수권대회 최종평가전에서는 김찬녕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승범은 오는 8월 말 헝가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겨냥해 어느 때보다 혹독한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선수촌 밥이 최고”라는 그는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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