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사청문회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건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 그 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회 때문에 대통령과 후보자 본인은 물론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져 왔다. 어느 정부에서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천명한 병역면탈,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5대 비리 관련자 원천배제” 원칙 때문에 더 시끄럽다. 하필 대통령이 내정한 후보들 중 여러 명이 5대 비리에 연루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금 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과거에 호되게 당한 걸 지금 정부에 갚아야겠다고 야단이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아니냐는 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기회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없애버리자. 욱해서 감정적으로 쏟아붓는 얘기가 아니다. 합헌적이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위헌

우선, 장관 인사청문회는 위헌이다. 잘 아시듯 우리 헌법은 3권 분립이 핵심이다. 행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고, 입법부인 국회는 (입법은 사전적으로 하지만) 인사운영에는 사후에 관여하도록 하고 있다. 제헌 헌법부터 지금까지 헌법은 국회가 대통령의 공직자 임명에는 최소한으로 관여하되, 일단 임명한 후 문제가 있을 경우 국정감사를 하거나 출석을 요구하거나, 해임을 건의하거나, 탄핵을 소추하도록(헌법 61조 내지 65조)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어디에도 국회가 장관임명에 앞서서 청문회를 하라는 조항이 없다. 명백히 헌법을 위배한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지구상 인사청문회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필리핀, 그리고 최근에 개헌한 프랑스가 전부다. 세 나라가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인사청문회가 헌법상 국회의 권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자리, 이를 테면 국무총리나 헌재소장에 대해 청문회를 하는 건 위헌이 아니다. 그러나 장관의 경우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인사청문회법이라는 법률이 있지만, 제1조에 규정된 것처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국회의 권능으로 수권된 적은 없다. 헌법적 근거도 없이 3권 분립을 흔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다.



출범초기의 귀중한 시간 날리고 국정표류

어쩌면 헌법상 문제보다 더 큰 것이 국정표류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정부가 일 좀 해 보겠다는 시점에 시작부터 절뚝거리게 만드는 게 인사청문회다. 이건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상관없이 2005년 이후 계속되어온 악습이요 적폐다. 지금 야당 입장에서는 우리가 당했는데 순순히 넘겨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만큼 갚아주자.’ 이거 완전히 초등학생 수준이다. 누군가 내로남불 논란을 끊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보수 야당이 먼저 국정표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줘야 한다. 영원히 야당할 것도 아니고 다음에 집권했을 때 또다시 인사청문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과거에 얻어 맞은 것에 대한 분풀이보다 나라가 우선이다. 먼저 양보하고 끊는 쪽이 이기는 거다.



지켜보는 국민들 가슴만 멍들게 해


2005년 청문회제도 도입 때도 담당부서인 중앙인사위원회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실무진들은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당시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도덕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순수한 생각에서 고집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 도덕수준이 올라가기는커녕 여전히 엉망이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지켜보는 국민들 가슴만 멍들게 하고 있다. 지도층 나아가서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분노와 실망만 더 크게 만들고 있을 따름이다. ‘장관이 저 모양이니 보통시민인 내가 이 정도 하는 거야 괜찮지 않겠는가’라는 잘못된 시민의식을 배양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 인사청문회는 시끄럽기만 하고 문제된 후보자가 배제되는 효과는 적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34명 중 단 3명만 낙마하고 나머지 31명은 대통령 권한으로 그대로 임명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성비가 1도 없는 거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사배제 5대 원칙을 대체할 고위공직자 인사기준을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원칙은 그러나 인사청문회 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깊은 검토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입법부가 헌법으로부터의 수권 없이 행정부의 인사권을 제약하는 권한을 제정해도 위헌이 아닌지를 먼저 숙고하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또한 보수와 진보 누가 집권하든 정부 출범 초기 신속히 장관을 임명하게 하되 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표류를 막는 길일 것이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 전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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