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6년차 신재훈(24·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한동안 개인전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단체전에서는 승승장구 했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참가한 대회에서는 64강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일찍 떨어지고 혼자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볼 땐 서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9일 끝난 제34회 회장기 대학·실업양궁대회 개인전도 “첫 경기만 이기자”는 생각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신재훈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대회 남자 일반부 개인전에서 정상에 오른 것. 전국대회 개인전 우승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김성훈(부산 사상구청)과 맞붙은 결승전에서 12발 중 11발을 10점에 꽂는 저력을 보였다. 첫 발(8점)을 제외한 남은 화살을 모두 과녁 정중앙에 명중시켰다. 선수 생활 14년을 통틀어 단연 최고의 경기였다. 준결승에서는 슛오프(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016 리우올림픽 2관왕 구본찬(현대제철)을 꺾었다. 실업팀 입단 후 개인전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상대였다. 신재훈은 “간절함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건 또 다른 수확이다.

춘천 호반초 3학년 때 호기심이 발동해 활을 잡았다. 처음에는 보통 3개월 이상 활시위 당기기 훈련을 반복하지만 그는 1주일 만에 선수용 활로 실전 연습을 했다. 단체전에 출전할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재훈은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이 빠르게 양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웃었다.

실업팀 입단은 선수생활의 전환점이었다. 운동 방식이 달라졌고,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 그는 “실업팀 소속으로 대회를 치르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점점 절감하게 됐다”며 “활쏘기에만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체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팀 선배 이창환(35)처럼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창환과 신재훈은 팀의 창단 멤버다.

서오석 코오롱 감독은 “힘이 좋은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승부욕이 강하고 발전 가능성이 충분해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선수”라고 기대했다.

201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던 신재훈은 다시 한 번 태릉선수촌 입성을 노린다. 당시에는 3위 안에 들지 못해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신재훈은 “양궁은 절대강자가 없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 올림픽 무대에도 도전하겠다”각오를 밝혔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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