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의료법 제1조에 명시된 법 제정 목적이다.

이 같은 의료법의 목적과는 다르게 허가권을 위임받은 시군의 심사기준은 의료법인 설립을 제한하고 억제하고 있다.

명시된 심사기준 외에도 공문원의 판단이라는 재량권까지 명확한 기준 없이 행사되면서 의료법인 설립이 초법적 권한의 제재를 받고 있다.

다른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존 병원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는 형국이다.



▶의료기관 확충하라는 ‘의료법’ vs 의료기관 제한하라는 ‘시군 지침’

국민 건강을 위해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 의료법의 입법 취지는 ‘의료기관의 확충에 관한 정책적 차원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보건복지부 편람에 다시 명시됐다.

그러나 정작 이 편람을 근거로 마련된 수원시 등 시군 지자체의 지침은 오히려 의료법인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의료법인 설립을 위한 병상 기준이 100병상(종합병원) 이상이다. 화성시의 경우에는 동(洞) 단위 지역에서는 300병상 이상이 법인 설립 기준이다.

30병상 이상인 병원급이나 병상 수 기준이 없는 의원급 병원을 개설하려는 경우에는 법인 설립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병원급이나 의원급 병원은 법인 설립을 하지 않아도 개설할 수는 있지만 종합병원급 이상만 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면서 “의료법에도 없는 기준을 만들어 법인 설립을 제한하는 것은 그야말로 초법적 지침이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26년간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편람 만능주의

앞서 2011년과 2014년, 지난해 부산과 서울,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이 같은 시군의 의료법인 설립에 관한 지침이 위법하다고 재결했지만 현재까지 위법한 지침들은 변한게 없다.

허가권과 재량권을 내려주고 올바르게 행사하는지 확인하지 않는 정부와 사무를 위임하고 방치한 광역자치단체, 편람 만능주의에 빠진 시군 지자체가 적폐의 원인이다.

한 공무원은 “편람대로 업무를 진행하면 공무원은 재량권을 남용해도 징계를 받지 않고 행정심판, 소송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편람 만능주의가 고착화 된 것”이라면서 “민원인은 시간과 소송경비만 지출하게 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직 공무원 특성상 인사 이동이 없기 때문에 민원인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면서 “똑같은 담당자와 다시 마주쳐야하는데 좋게 좋게 끝내려고 하지 어떤 민원인이 끝장을 보겠느냐. 이런 현실들이 맞물려 그동안 문제가 방치돼 온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 남양주시의 지침이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이후 1년이 지나서야 시군 지침 확인에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20일 31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지침 개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 지침의 위법 여부를 따지고 개정하기 위해 각 시군별 내부 지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면서 “법 해석 등 검토과정을 거쳐 오는 7월 중순께 개정사항에 대한 내용을 시군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편람도 제각각 해석되고 일선 실무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어 여기에 대한 재 교육을 해 달라는 내용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의료법인 설립 허가권을 환수해야.

“수원시장의 허가 권한이 4개 보건소로 재위임됐기 때문에 의료법인 허가는 보건소장의 업무다. 각 구(區)내 의료수요만 살펴봐도 된다”

수원시에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한 민원을 불허가하면서 구(區)의 의료수요만 검토한 것에 대한 시의 입장이다.

실제로 이 업무는 보건소장에게 위임되지 않았고, 여전히 수원시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업무담당자는 보건소의 권한으로 인지하고 있다.

의료법인 허가 업무는 공무원의 재량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전국 1일 생활권 시대에 도(道)나 시(市)가 아닌 구(區) 단위 의료수요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법인 설립 허가권을 경기도가 다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른 법인 설립허가 업무는 모두 도에서 맡고 있으면서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의료법인 설립허가는 시군에 위임한 것부터 잘못됐다”면서 “전국이 1일 생활권으로 접어든 시대에 경기도 전체의 의료수요를 두고 정책 판단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허가권한을 환수하던지 경기도 전체 의료수요를 전제로한 통일된 법인 허가 기준을 만들어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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