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량권 인정 방침서 '위법 가능성' 말바꿔
지자체가 지침을 마련하고 재량행위(적합하다고 반드시 허가를 할 의무가 없음)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던 보건복지부는 편람과 지자체 내부 지침의 위법성에 대한 본보 취재 이후 합리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지침일 경우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이라며 책임을 지자체로 돌렸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수원시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수원시의 의료법인 설립 허가 불허가 재량행위로 가능한지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경기도로 회신한 공문에서 ‘행정청에 재량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에 관한 세부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행정청의 재량’이라면서 ‘그 설정된 기준이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준수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시·군에서 내부 심사기준을 마련하도록 재량권은 부여하고 지금에 와서 그 타당성은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인데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려는 중앙정부의 꼼수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공무원은 “언뜻 보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인정한다는 답변 같지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행정청의 재량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라면서 “불합리하고 타당하지 않은 기준은 결국 재량권 남용이고 위법이다. 복지부의 답변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 제도 도입 취지가 취약지에 의료기관의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역 내 의료수요, 의료기관 분포 등을 고려해 허가권자가 합리적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지자체의 지침이 위법하다는 행정심판결과가 나온지 1년이 넘은 지난 20일 31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지침 개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조윤성기자
관련기사
- 의료법 위에 있는 지자체… 공무원 손에서 의료기관 설립 제재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의료법 제1조에 명시된 법 제정 목적이다. 이 같은 의료법의 목적과는 다르게 허가권을 위임받은 시군의 심사기준은 의료법인 설립을 제한하고 억제하고 있다. 명시된 심사기준 외에도 공문원의 판단이라는 재량권까지 명확한 기준 없이 행사되면서 의료법인 설립이 초법적 권한의 제재를 받고 있다. 다른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존 병원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는 형국이다. ▶의료기관 확충하라는 ‘의료법’...
- 내부지침 근거로 상위법 위반… 수원시 '갑질 행정' 수원시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상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허가권을 행사해 논란이다. 특히, 민원인의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반려하면서 지침에도 없는 규정을 내세우는 등 재량권을 남용한 갑질행정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2일 요양병원을 설립하려는 A재단 의료법인 설립 허가신청을 불허했다. 수원시는 ①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한 영통구에서 요양병원 증가가 필요하지 않고 ②기본재산의 대지 및 부동산이 자가소유가 아니며 ③기본재산이 기준(1병상 당 3천만 원 이상)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설립허가를 내주지 않...
- 민원 반려 후 유권해석 의뢰… 거꾸로 가는 수원시 행정 민원인의 법인설립 허가 신청을 절차 없이 거절하는 등 갑질행정을 한 수원시(중부일보 6월 13일자 23면 보도)가 뒤늦게 정부에 불허가 결정이 적절한지 확인해 거꾸로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무원 재량으로 민원을 거절한 뒤 불허가 사유의 적정성을 검토한 수원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민원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3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의료법인 설립 허가 업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시는 공문에서 의료법인 제도 도입 목적에 부합되는지 여부와 판단기준, 의료법인 운영에 충분...
- 수원시 갑질행정 '초법적 보건복지부 편람' 한몫 수원시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상위법을 위반한 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중부일보 6월 13·14일자 23면 보도) 보건복지부의 초법적인 편람(便覽)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가 의료법에서도 정하지 않은 ‘지자체 재량’과 ‘지자체 심의기준’을 마련하도록 편람에서 안내하면서 업무처리 참고서가 갑질 행정 안내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편람은 특정분야에서 필요한 사항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필요할때에 항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참고 서적의 일종이다. 13일 보건복지부의 ‘2017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 편...
- 행정심판에도 불구하고 초법적 편람… 지자체 지침은 여전 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지자체의 자체 심의기준이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수 년 전에 나왔지만, 위법한 지침과 지침 마련의 근거가 되는 정부 편람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지자체 모두가 잘못된 편람과 내부 지침 등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이 민원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중부일보 6월 13·14·15일 23면 보도). 1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의료법인 및 의료기관 설립 허가 업무에 의료법을 넘어선 지자체 내부 지침을 적용할 수 없다고 재결했다. 201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