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량권 인정 방침서 '위법 가능성' 말바꿔

의료법인 설립 허가를 지자체 재량권에 맡긴 보건복지부(중부일보 6월 13·14·15·16일자 보도)가 지자체 심사기준이 타당해야지만 인정된다는 책임 회피성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다.

지자체가 지침을 마련하고 재량행위(적합하다고 반드시 허가를 할 의무가 없음)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던 보건복지부는 편람과 지자체 내부 지침의 위법성에 대한 본보 취재 이후 합리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지침일 경우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이라며 책임을 지자체로 돌렸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수원시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수원시의 의료법인 설립 허가 불허가 재량행위로 가능한지에 대한 답변을 보내왔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경기도로 회신한 공문에서 ‘행정청에 재량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에 관한 세부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 역시 행정청의 재량’이라면서 ‘그 설정된 기준이 합리적이 아니라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준수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시·군에서 내부 심사기준을 마련하도록 재량권은 부여하고 지금에 와서 그 타당성은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인데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려는 중앙정부의 꼼수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공무원은 “언뜻 보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인정한다는 답변 같지만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행정청의 재량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이라면서 “불합리하고 타당하지 않은 기준은 결국 재량권 남용이고 위법이다. 복지부의 답변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인 제도 도입 취지가 취약지에 의료기관의 설립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역 내 의료수요, 의료기관 분포 등을 고려해 허가권자가 합리적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지자체의 지침이 위법하다는 행정심판결과가 나온지 1년이 넘은 지난 20일 31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지침 개정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조윤성기자
▲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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