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후유증·사기에 '생활고'…"범죄, 다시는 하지 않겠다"

  전투 후유증에 생활고를 겪던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가 음료수를 훔치다 덜미가 잡혔지만, 딱한 사연을 접한 경찰의 배려로 선처에 성금까지 전달받게 됐다.

 2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조모(38)씨는 지난달 28일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1천800원짜리 콜라를 훔치다 종업원에게 붙잡혔다.

 경찰에 넘겨진 조씨는 "배가 고파 빵을 사러 갔다가 음료수까지 살 돈은 부족해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시 조 씨에겐 1만 원이 있었는데 빵을 사고 나면 3천400원이 남았고 그 중 2천 원은 빌린 돈을 갚는 데 써야 해 1천800원짜리 콜라를 사기엔 400원이 모자랐다고 한다.

 가난한 절도범으로 보였던 조씨는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였다.

 대학을 휴학하고 해군에 입대했던 조씨는 당시 전투 중 겨드랑이에 파편을 맞아크게 다쳤다. 사고 현장에서 병원 후송이 늦어지며 치료 시기를 놓쳤고 현재는 후유증으로 인해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조씨는 매일 2∼3회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고 흉부외과,통증클리닉, 성형외과, 피부과, 정신과 등 온갖 병원 진료를 받는 상황에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연금 170만원에 의존해 살지만, 투자 사기에 속아 대출금 5천만원이 생겼고, 매달 110만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경찰은 나머지 60만원 중 40만원을 고시원비로 내고 2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하는 국가유공자의 처지를 보고 지난 19일 경미심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 '즉결심판'으로 넘길지를 심사하는 곳이다.

 위원회는 사건 자체가 경미한 데다가 조씨의 생활형편, 건강 상태, 국가적 유공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조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열린 서울동부지법 즉결법정은 조씨에게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유죄를 인정하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선처'를 내린 것이다.

 피해를 변상받은 편의점 측도 합의서와 함께 조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알려 왔다.

 경찰은 선처를 받은 조씨에게 직원과 지역민이 함께 마련한 성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씨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선처에 성금까지 받게 된 조씨는 경찰에 "사후 국립묘지 안장을 원하기에 범죄 경력이 남을 일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연합

▲ 영화 연평해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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