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전월세상한제 도입 등 행보 빨라질 듯

 

▲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일성부터 부동산 투기 조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참여정부 때와 같이 집값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강력한규제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김 장관은 23일 취임사에서 이례적으로 최근 집값 급등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띄워놓고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보다는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국토부는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전 주택시장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5주택자 등 다주택자의 주택매매가 급증했고 연령대별로 29세 이하의 거래가 많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취임식에서 이같은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 때문이며, 6·19 대책은 이들 투기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값 불안이 강남을 넘어 용산, 성동, 마포구 등지로 확산한 것도 5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투기수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판단에 따라 6·19 대책에 분양권 전매금지를 기존 강남4구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전 정부의 기조는 주택시장의 가격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임대주택등 주택 공급을 늘리며 주거복지에 주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투기세력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집값 불안이 계속되고 실수요보다는 투기 수요가 많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앞으로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리는 재건축을 비롯해 부동산 전반에 걸쳐 강력한 규제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는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참여정부 때를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목동·용인·분당·평촌을 '버블 세븐'으로 규정하고 이들 지역의 집값 등을 잡기 위해 수요·공급 등 전방위에 걸친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내놨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비롯한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규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등 대출 규제가 참여정부 때 만들어졌거나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면 '투기'로 규정해 당시 다주택자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가했다.

 부동산 업계는 김 장관의 취임 일성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시장 부작용 등을 우려해 반대했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김 장관은 취임사에서 전월세 폭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이들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더욱 단호한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앞서 문 대통령이 21일 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내린 주문의 상당 부분이 임대차 문제 해결이었다.

 문 대통령은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월세로 전환되면서 서민들은 이중삼중으로 힘들다"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최고의 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재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 논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김 장관의 취임사는 국토부 직원들이 초안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세부 내용은 김 장관이 직접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김 장관의 강력한 대응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임 장관이 취임식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펼쳐놓고 취임사를 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부동산 투기 수요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김현미 장관의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자칫 주택시장의 왜곡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지난 2∼3년간의 집값 급등 원인은 주택거래를 살리기 위한 규제완화 정책 외에도 저금리 기조, 서울 등지의 충분치 못한 주택 수급 등 다양한 근본 원인이 있는데 다주택자의 투기적 주택 거래가 늘어 집값이급등했다는 것은 정확한 원인 분석이 아닐뿐더러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 해법 제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과거 참여정부 때 규제 일변도 정책이 집값은 잡지 못한 채 전월세 가격만 올려 서민들의 고통만 키웠다는 사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김 장관 취임사는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갭투자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에 돈이 유입되는 원인은 저금리 유동성이 가장 크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 경험한 50∼60대의 구입이 늘어서인데 절대 거래량이 얼마 되지 않는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급등하고 이들을 투기꾼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 시작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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