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 17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이즈반도 남쪽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필리핀 선적의 선수에 부딪혀 이지스 레이더 아래 우현이 크게 파손되고 7명의 생떼 같은 승무원이 사망했다. 언젠가 우리 동해에서 그물에 걸린 북한의 잠수함 같은 일은 봤어도 첨단 구축함이 느릿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이 사건은 여러 의문점을 남겼다. 곧 얘기의 전말은 사건 당시 함정을 구하기 위해 침수된 격실을 밀폐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로 마무리된다. 침몰 위기의 함정과 모두를 살리기 위해 동료 승조원들이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함정의 내부 구조가 이 같은 침수 등에 대비해 개별 격실 형태로 설계돼 있는 탓이 컸다. 하지만 만일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수 있었다.

# 2. 7년째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의 아테네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쓰레기가 넘쳐나도 청소 노동자들의 계속된 파업 때문이다. 이들의 구호는 임시직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이다. 거리 곳곳에 쌓인 쓰레기들은 벌써 그리스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국민들로 하여금 뭔가 다른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아테네에서는 수 천여 명의 청소 노동자들이 시내 중심가에 모여 국회의사당 건물까지 행진을 벌이며 고용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대법원이 최근 “정부가 단기 계약을 계속 연장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탓이 크다. 재계약이 무산되면 일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할 것이 뻔하자 아예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와 정서가 달라도 더 많은 희생자가 없게 격실을 막아 최소한의 피해로 그친 이지스 구축함의 예나 그리스의 정규직 요구 시위로 인한 혼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고 다가올 상황이다. 두 가지 얘기의 시작은 곧 펼쳐질 최저시급의 정규직화에 있다. 그저 박수만 받을 줄 알았던 일에 서서히 의심의 브레이크가 걸리면서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감당이 안 되고 근로자들도 자칫 갈 곳 없어 더 많은 악화일로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대통령 면전에서 덜컥 전 직원의 정규직화를 선언한 인천공항이 2청사의 개항이 미뤄질 수 있다는 소식 등 벌써부터 여러 어려움에 빠져있는 얘기가 들린다. 그리고 자영업자들은 여당 의원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먹고살라는 거냐”,“이러면 다 죽어” 란 말을 해대고 있다.

나는 이즈음에서 이 논란의 중심은 분명 경쟁 없이 편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인한 오해로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누군가 편하면 다른 누군가 반드시 그 부담을 져야 한다. 왜 이런 세상사의 한결같은 이치를 몰랐을까. 확 바꿔보고 싶은 지금의 정권에 조급증이 만들어 낸 결과다. 공직자들이 편하면 국민은 힘들고 피곤하며 가마 타는 사람이 가마 매는 사람들의 힘듦을 알 리 만무다. 애둘러 말할 것 없이 이런 것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쉽사리 변하기 어렵다. 대통령 주요 공약인 최저시급 1만 원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한 장밋빛 의견은 그렇게 퇴색하고 있다. 지금의 시간당 6천470원을 2020년 1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한 문 대통령 공약은 일단 성공해 좋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서다. 체제 경쟁에서 공산주의가 패배한 이유와 멀지 않다.

생각하기 따라 저임금 노동 체계가 고착화되면 국가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해도 지금 우리 시장은 이런 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편의점에서 알바생들 급여 주고 나면 곧 문을 닫게 되는 현상이 줄을 잇는다. 짜장면집도 피자집도 한집 걸러 있는 치킨집도 마찬가지다. 누가 이런 자영업체들을 상대하는가. 서민들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앞으로 생겨날 그림은 서로가 지쳐갈 얘기뿐이다. 무기계약직 교원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달라는 내용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아니라 해도 채용 과정에 혜택을 본 무기계약직들이 많은 것은 짐작이 되고 남는다. 그래서 이들 모두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면 얘기의 중심이 어긋난다.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당당하게 임용고시를 보라는 임용고시생들의 볼멘소리가 그것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은 경쟁률 속에 노력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차별 없는 임금만 보면 정부로서 딜레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현실성 없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당장 실행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했나. 이번 주말 민주노총은 이러저러한 사안들을 갖고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문기석 주필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