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쌓아두고 잠금장치 설치… 검은 천으로 표시등 가려 놓기도

수원지역 내 신종 클럽과 감성주점 등이 ‘안전불감증’ 운영행태로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중부일보 3월 13일자 23면 보도)가 제기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채 화재대피 비상구 등을 막아 놓은 운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오전 12시 30분께 술집과 유흥주점, 클럽 등이 몰려 있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박스 내 거리.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거리와 골목 사이는 주말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계동 1031-16번지에 위치한 클럽 ‘루프’는 흘러 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중부일보가 해당 클럽을 취재했던 상황과 다르지 않게, 클럽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들이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는 꽉 막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하 1층 클럽 내 부착된 ‘비상 대피안내도’에서 안내하고 있는 비상구를 직접 찾아가 문을 열어봤지만, 너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높게 쌓인 물건들 때문에 1층으로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정작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올라 1층으로 통하는 문도 광고판 등에 가로막혀 출입이 불가능했다.

더욱이 이 대피안내도는 클럽 내 어느 장소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는지도 전혀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10분이 넘도록 클럽 구석구석을 누벼 소화기 3개를 겨우 찾아냈지만 이마저 모두 노후화되어 있고 안전점검 표시증도 달려 있지 않아 소화기 작동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했다.

바로 건너편 인계동 1032-8번지에 위치한 감성주점 ‘수원 별밤2’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점 내 지하 1·2층 어느 곳에도 비상구를 알리는 초록색 표시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두세 곳 정도 위치한 비상구의 위치를 유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초록색 표시등마저 오히려 검은 천이나 검은 종이를 붙여서 볼 수 없게 가려버린 상태였다.

또 주점 내에서 밖으로 통하는 모든 문에는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열 수 있는 잠금장치까지 설치돼 있었다.

한 비상구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적발시 강제퇴장 조치’라는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다.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용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기는 커녕 비상구를 찾느라 허덕이는 모습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클럽과 같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사용하는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한 안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제9조)에 따르면 화재시설과 비상구 등의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시설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설치하고 유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클럽들을 찾는 이용객들은 도무지 비상구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을 뿐더러 오히려 주점이 비상구 위치를 꽁꽁 숨기고 있었다.

김준석·김형아기자
▲ 사진=중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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