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수도꼭지… 대야에 급수받아 겨우 버티는 주민들

▲ 계속 되는 가뭄으로 지하수까지 말라 생활용수가 부족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용인시 모현면 초부리의 한 농가에 용인시상수도사업소 수도관리팀이 긴급급수를 하고 있다. 노민규기자
“수도꼭지를 돌려도 물이 안 나온 건 칠십 평생 처음이라우.”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구던 지난 23일 용인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에 살고 있는 장간순(74·여)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네 집 마당에는 크고 작은 붉은색 고무대야 너덧개와 장독들 10여개에 물이 가득 차있었다.

대야 안에도 전날 급수받은 생활용수가 가득했다.

상하수도사업소로부터 세 가구가 급수받은 물 3t은 보통 일주일이면 동이 난다.

장씨는 “이 물마저 없으면 생활 자체가 안 된다”며 “비가 오는 날에 물을 틀면 흙탕물이라도 나오는데 이 가뭄에는 그마저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무대야와 장독 사이로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듯한 빨래판과 비누도 놓여 있었다.

장씨는 “물이 안 나와서 세탁기도 못 돌리고 있다”며 “물을 아껴쓰려고 최소한의 손빨래만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웃주민 김을순(78·여) 씨는 “뜨거운 한낮에 아기들 오줌 누듯 물이 졸졸 나온다”며 “물이 부족해서 아들이 뒷산에 있는 절에 가서 매일 6통씩 물을 떠다준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설거지한 물도 아껴서 집 옆 밭에 뿌리고 있다”며 “물이 아예 말라버려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 못 할까봐 걱정”이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25일 용인시 상하수도사업소에 따르면 상수도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내 미급수 세대는 약 225곳 4천400세대다. 이중 지난 5일부터 23일까지 초부리 등 10개 마을 32세대 82명이 생활용수 145t을 급수받았다.

시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지속되는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끊겼고 이제는 생활용수마저 끊기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수도 설치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세대 수가 적은 마을의 경우 한 가구당 설치비가 수억 원에 달해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용인 지역의 물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6월까지의 누적강수량은 123mm로 평년의 41% 수준이며 저수율도 36%에 불과하다.

장씨는 “3대에 걸쳐 이 동네에서만 100년 넘게 살았는데 이번처럼 물이 끊긴 적은 처음”이라며 “기본적인 생활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초부리 주민들은 여름 장마의 장대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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