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거의 모든 분양에서 ‘개혁’ ‘개선’의 문제에 직면해 왔다. 대통령은 명실 공히 행정부의 수장이므로, 행정부 측면에서의 개혁 내지 개선은 ‘관료들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나,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정치 내지 의회제도의 개혁은 ‘정치기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당출신의 대통령으로는 그 개혁의 뜻은 ‘한 정치인’의 생각에 불과해 왔다. 다음 사법부의 개혁은 ‘사법권 독립의 보장’이라는 시각에서 사법부에 맡겨져 왔으나, 그 실적은 늘 미미하였다. 언필칭 의회나 행정부는 적극주의가 요구되지만 사법은 소극주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법의 개혁은 국가개혁의 일환으로 일대 적극적 발상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 개혁’운운하고 나서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법부 스스로가 현행제도의 결점을 개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사법부가 사법권의 인적독립(인사의 독립)·물적 독립(재판의 독립)과 법적 안정성 보장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적폐에 해당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그것은 사법부 자체의 동적개혁을 바라기는 어려워 보인다. ‘브로커’들이 날뛰던 법조계의 비리는 대부분 사라졌고, 그 외에 국민의 지탄을 받아오던 점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악습은 남아 있다. 사실 사법부 개혁은 검찰·변호사 사회의 개혁 없이 단독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러나 지면의 제약상 삼계분야의 개혁을 모두 장황히 늘어놓을 수는 없고, 여기서는 사법개혁에 중점을 두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사법부도 공무원이 몸담아 있는 조직이다 보니 많은 자질구레한 흠집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주로 다음 세 가지 면에서 개혁·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판사들의 승진·전보 등의 인사제도에서 많은 개선이 있어야겠다. 교과서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인사의 공정은 재판의 공정을 보장한다. 따라서 현행의 법원행정처장, 대법관들의 주도하의 인사제도를 보다 객관적인 제도로 강화해야 한다. 변호사·법관·저명한 법학교수·사회인사 등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많은 자료를 모니터링 해두었다가 그를 토대로 구속적 인사결의를 하여야 한다. 특히 정치적·경제적으로 문제된 사안에 대한 재판의 판결문을 면면히 분석해야 하고, 개인의 품행, 재판에서의 민주적 태도 등을 깊이 있게 고려하도록 하여야 한다. 지금도 인사에서는 기록해 두었던 제반제도가 참고 되나,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록이 필요하고, 강화된 인사위원회에서는 그들 자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둘째, 현재의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대법관수는 14인으로 되어 있다. (법원조직법 §4)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건수가 많다. 국민의 고등법원판결을 신뢰할 수 있는 획기적 제도가 없는 한, 국민의 대법원의 재판을 받기를 요구하는 재판청구권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나로서는 대법관 수를 20인으로 하여 현재의 장기간을 요하는 대법원의 판결일수를 줄여 주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는 4개의 연방대법원을 두고, 비상임 재판까지 하면 대법원 재판관이 100여 명이 넘는다. 그 외에 일본·영국·프랑스 등도 우리 법원의 대법관 수보다 훨씬 많다. 여기서 또 하나 언급하는 것은 고등법원의 수도 더 증가시켜 헌법상 규정한 ‘국민의 신속한 재판’(헌법 §27③)을 받을 권리는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셋째, 국선변호인제도를 현재보다 더 강화하고, 보수도 증액되어야 한다. 사법개혁과 직접 관련이 없을지 모르나, 수사기관에서 필요적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에 넘긴 다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제도는 실체적 진신을 발견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재판에서 비로소 선임된 국선변호인은 기껏해야 ‘재판의 전략론적’ 변호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소된 다음에는 재판부나 검사의 입장을 건드리지 않고, 집행유예나 얻어내자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변호사 수로 보아 수사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 참여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하튼 이상의 사법개혁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므로 어쩌면 의회가 나서야 하고, 대통령은 적극 지원하고, 사법부는 저항적 방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회나 사법부는 국가 이전의 권부(權附)가 아니라, 국가의 일부를 구성하는 국가내적 일부분이므로 행정부가 ‘국가개혁’ 차원에서 제시하는 개혁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그것을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송희성 전 수원대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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