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도·농복합도시 여주시. 여주시는 ‘새누리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던 전통적인 보수 강세지역이다. 촛불민심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강풍이 휘몰아친 대통령 선거에서도 1.69%의 근소한 차이지만 보수 후보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을 만큼 자유한국당의 지지기반이 견고한 지역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6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민주당 후보가 단 한 차례도 당선된 적이 없다. 민선 1·2기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군수가 됐던 박용국 전 군수도 DJ정부출범 이후 여당이 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꿔 3선에 도전했으나 결국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내년도 6·13 지방선거에서는 과거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고정표와 여당 프리미엄의 효과가 더해질 경우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승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여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장학진(64) 전 여주시의회 부의장 등 3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6·4 지방선거 본선에서 원경희 현 시장과 맞붙어 25%p 차로 패한 장 전 부의장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설욕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난 5·9 대선에서 여주지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한 장 전 부의장은 “개혁의 바람과 함께 시대에 부응하는 여주건설을 이끌어 내겠다”며 여주시장 재도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초선의원으로 의욕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주시의회 박재영(55) 의원과 이항진(53) 의원도 사실상 출마의 뜻을 굳히고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복지전문가로 여주시민의 복지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박 의원은 “소외받는 여주지역의 사회적 약자(농민)가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시장출마의 뜻을 확실히 했다.

환경운동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이 의원은 최근 끝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스타의원으로 부각되는 등 돋보이는 의정활동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정치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다. 시민의 부름이 있으면 겸허한 자세로 움직이겠다”며 시장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여주시장을 뽑는 내년도 6·13 지방선거에서는 여전히 보수의 뿌리인 자유한국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현재 정당구도처럼 보수표가 분산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단 자유한국당 공천은 정병국 국회의원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자유한국당 여주·양평지역구의 새로운 당협위원장이 된 김선교 현 양평군수의 입김작용도 후보결정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원경희(63)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지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원 시장의 재선의지는 확고부동하다. 원 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본선과 다름 없었던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서 35%의 지지를 얻어 당시 김춘석 현직 시장을 2%p차로 누르고 1차 관문을 통과해 시장에 당선됐다. 3년여 간의 시장 임기를 보내면서 원 시장은 ‘세종인문도시 명품여주’란 시정 슬로건을 내걸고 3년의 임기를 숨 가쁘게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원 시장의 경계대상 1호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서 원 시장과 4%p 차이로 3위를 차지해 탈락한 이충우(58) 누리플랜 고문이다. 이 고문은 여주시 도시과장·건설과장과 경기도청 도시정책과 사무관을 끝으로 2012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 고문은 6·4 지방선거에서 “오랜 기간의 공직경험과 기업경영의 노하우를 여주시정에 접목시켜 고향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선거전에 뛰어 들었으나 원 시장에 석패했다. 이 고문은 3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하고 있다. 그는 6·4 지방선거 패배 이후 3년여 동안 발품을 팔며 지역내 경조사는 물론 각종 행사장을 빠짐없이 누비며 얼굴 알리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신의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이환설(58) 여주시의회 의장도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차원에서 여주시장 출마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주시장 후보군에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는 이 의장은 여주시 2대 의회 전·후반기 의장과 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직을 맡아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른정당

깨끗하고 따뜻한 나라를 표방하고 있는 신생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에서는 원욱희(68) 경기도의원과 이상춘(63) 여주시의회 부의장이 여주시장 후보로 집중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정병국 국회의원을 따라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바꾼 원 의원은 여주시(군) 공직자 출신으로 총무과장과 가남면장, 기획감사실장 등 풍부한 공직경험을 갖고 있다. 제8·9대 재선 도의원으로 농정해양수산위원장에 이어 경제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 의원은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출마해 변화와 혁신으로 침체된 여주를 구해 내겠다”고 출마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주지역 축산인들의 신망이 두터운 이 부의장도 시장 출마의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축산직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이 부의장은 여주시청 농정과장과 흥천면장, 금사면장을 거쳐 허가지원과장을 끝으로 명퇴한 후 시의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이 부의장은 “의원으로선 한계가 있다. 여주시민의 밝은 미래를 위해 더 큰 정치를 해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라며 출마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무소속

지난 1월 제5대 여주부시장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이대직(57) 부시장의 출마설이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여주 능서면이 고향으로 1983년 가남면사무소에서 9급 서기보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부시장은 경기도로 전입 후 언론담당관과 총무과장, 과천부시장을 거쳐 여주부시장으로 부임했다. 실사구시(實事求是)형으로 냉철한 분석력과 침착성이 돋보이는 이 부시장은 계속되는 주변의 출마설에 대해 “시민을 섬기는 마음자세로 부시장의 직분에만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부시장이 여주시장 출마를 선언할 경우 내년도 6·13 여주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부시장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김규철기자/kimkc6803@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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