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말하다 -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한국형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진정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총리실에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실무작업 착수를 지시했다.

17개 시·도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시도지사 간담회’가 7월부터 정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개헌에 반영할 지방분권 강화 조항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17개 시·도로 나뉜 광역자치단체를 2∼3개씩 묶어 인구 500만명 내외의 광역지방정부로 개편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이와 함께 기초지자체 단체장들도 지방분권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최근 구성된 지속가능발전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은 홍미영 부평구청장에게 지방분권에 대한 기초지자체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최근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가.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자체의 조직과 재정, 인사 등의 권한이 아직까지 상당부분 중앙정부에 귀속돼 있는 만큼,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문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 헌법에 분권에 대한 내용을 확실히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내년 6·1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를 발굴하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 부평구의 경우, 타 기초단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2017~2018 자치분권 기본계획(안)’을 만들고 중앙정부로부터 이양 받아야 할 업무와 현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섰다. 경기도의회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한 별도 위원회를 개설을 추진, ‘지방분권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키도 했다.

인천에서도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참여·지방분권형 개헌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인천시도 7월 중 별도의 토론회가 열릴 계획인 만큼 진정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명시돼야 할 지방분권과 관련된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헌법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라는 것을 명확히 하면, 이후 자치조세권과 자치재정권, 입법권, 주민자치권 등에 대한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입법권도 지방분권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국회는 국가의 법률을 입법하고, 광역자치의회는 광역지방정부의 자치법률을, 기초자치의회는 기초지방정부의 자치법률을 입법하면 자연스레 지역에 맞는 법안들이 제정될 것이다.

국방과 외교, 군사, 사법, 전국적 치안, 출입국관리 등 중앙정부가 맡아서 해야할 것들은 중앙정부가 입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나 환경, 초중등교육 지원 등 지역에서 맡아 특색을 갖출 것들은 지역 입법권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이 넘은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무늬만 지방자치였고, 최근 10년간은 지방자치가 퇴행한 10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구청장 되고 나서 현장에서 일을 해보니, 지방분권이 안되면 지방공무원과 행정가가 열심히 일을 하고, 중앙정부와 협력을 해도 한계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사와 재정 등 상당부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전체 단체장들과 의논을 해보면 지난 10년간은 지방자치의 퇴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지방자치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국회의원 시절,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이었을 당시 방침은 분권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일을 했었다.종합부동산세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지방세 감면을 중앙이 결정하는 것을 지양하려 했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당시 지방자치에 대한 추세대로 왔다면 지방자치가 좀 더 확립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초단체장으로서 인사권에 대해 어떤 것이 불만족스럽나.

“미국 등 연방국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마다 조직 형태를 달리하면서 지역특성에 따른 다양한 기관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도 지역 행정수요와 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원을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형태를 지역에 맞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정원을 포함한 조직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생각일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의 조항들은 지자체의 인사권이 보완돼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포장됐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을 무시한 채 행자부의 지자체 통제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지자체 스스로 결정할 사항을 행자부가 전권을 행사하는 형태로 나타나 중앙의 인사권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국 69개 자치구에서 단 한곳도 국(局) 신설을 허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사항이다. 자치구에서는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이는 지방조직의 자율성 확대와 전문성 제고라는 입법취지와 달리 생색내기용에 불과한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지만 변화된 것이 없다.”

―재정과 관련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지방자치는 재정에 대한 권한은 없이 껍데기만 지방자치인 상황이다.

매번 반복돼왔던 지방세와 국세에 대한 비율 조정에 대한 부분이 제대로 돼야 한다.전체 세금에서 국세 80%와 지방세 20%인 비율은 지방자치 20년 내내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예산권을 갖고 지방정부를 통제하려는 부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를 과감하게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지방정부의 재정을 확충시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고, 지방세인 취득세 등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 동의없이 감면을 진행해 지방정부 재정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보육과 노인복지 등 각종 복지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예산을 지방재정으로 떠넘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부평구만 하더라도 복지 관련 예산이 64%에 달한다. 사회복지예산을 집행하고 나면 가용재정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최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최근 앞으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4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해야 할 부분이다. 지방에서 요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로 하루아침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계적으로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지방정부협의회가 지방분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지속가능발전은 경제·사회·환경의 균형을 이뤄 현재 세대의 개발욕구와 미래세대의 보존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발전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체제에 의한 하향 지시 방식에 따라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편중과 재정위기, 노령화, 실업 등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부평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선택했다. 지속가능발전은 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우선하기에 지방분권과 지속가능발전은 일맥상통한다.

지방정부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지방분권과 지속가능발전은 중앙과 지방간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지향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관계다.지속가능발전 지방정부협의회는 지속가능발전의 가치와 이념에 동참하는 지방정부들이 정책을 모색·공유하며 범국민적 실천운동을 전개, 국가와 지방통합간 전략을 함께 수립하기 위해 설립됐다.지속가능발전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방분권 정착을 위해 중앙과 지방간 관계 개선과 제도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김상우기자/theexodu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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