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나치게 식상하고 단순한 질문인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철학이 담겼으며, 매일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결국 이웃의 사랑과 배려로 산다. 과연 복잡다단한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사랑과 배려가 인생의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본성과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다. 꽃보다 사람이고 우주보다 귀한 것이 생명이라 했지만, 사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누군가의 죽음보다는 문턱에 찧은 내 발가락이 더 아프다.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 싸운다, 1인칭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본인의 결정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인생(人生)은 매 순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결정되며, 나의 선택은 매번 타인이 존재함으로 가능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나의 결정이 아니라 실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고 계획하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판에 놓아준 것들이다. 나의 선택과 나의 행동의 주체가 오직 나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한자로 사람을 뜻하는 ‘人’(사람 인)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해 서있는 모양을 담은 상형문자이다. 즉 사람은 단수가 아닌 복수로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내가 기댄 이 또는 나에게 기댄 이가 사라지면 나 역시 사회에 올곧게 서있지 못하고 대지에 누울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 ‘순자’의 ‘법행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군자에게 3가지 생각할 일이 있는데, 하나는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능한 일이 없는 것과 두 번째 늙어서 가르치지 않아 생각함이 없는 것과 마지막으로 있을 때 베풀지 않으면 궁할 때 도움 주는 곳이 없는 일이다 (유이불시, 궁무여야 有而不施, 窮無與也)” 평소 쌓아둔 인심은 나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분명 큰 자산이 된다. 반대로 항상 이기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했다면 나는 어려울 때 도움을 받기는커녕 비웃음을 살 것 이다.

생후 1년부터 1급 소아마비로 살아오면서 평생 3번의 암과 투쟁하며 살아온 故 장영희 서강대학교 교수는 생전에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남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라며 인간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얘기들이 시사하는 바는 결국, 사람은 항상 덕을 쌓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머리로는 누구나 알지만 가슴으로 이를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만큼 나이가 들었어도,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하였어도 본인의 잘못에는 더없이 관대하며 자기 경험으로만 세상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결국 이를 얼마나 일찍 깨닫고 실천하느냐가 인생의 성공여부를 판가름 할 것이다.

특히 높은 지위에 있어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일수록 꽉 막힌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늘 이타심을 가지고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그러면 분명 면전에서 아첨하는 자는 줄고, 뒤에서 칭찬하는 이가 많아질 것이다. 돈과 권력, 명예는 성공의 척도가 아님을, 결국 정답은 언제나 사랑과 배려임을 잊지 말자.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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