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북한미사일이 이슈인 요즘, ‘ICBM’ 하면 자연스레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뗘오른다. 그런데 대륙간탄도미사일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ICBM이 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두문자어(頭文字語) ICBM이다.

지금이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데에는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래사회가 디지털과 물리학, 생물학이 융합되는 새로운 시대라는 이의가 없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와 각종 웨어러블 기기, 온디맨드 경제 등으로 효율성과 편의성이 극대화하고, 정보의 공개와 유통으로 사회 정의와 투명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제4차 산업혁명’을 알린 세계경제포럼 창시자 클라우스 슈밥은 양극화, 저성장, 고령화, 성 격차 등이 점점 더 심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양극화로 인한 사회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예견되고 있는 미래 변화상 속에서 지속번영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진로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있다.

최근 기업과 대학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디스쿨(D-School)의 핵심인 이 모델은, 다양한 전공분야를 갖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관찰을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해가는 5단계의 과정(감정이입-정의-아이디어화-프로토타입제작-테스트) 속에서 극단적 협력을 통하여 혁신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는(learn by doing) 데 주안점이 있다.

또 네덜란드 스티브잡스스쿨과 미국 칸랩스쿨은 4~5세부터 12세까지 초등 연령 어린이를 대상으로 학년과 담임교사 없이 관심과 흥미에 따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과 유연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교육을 국정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으나 그 종착점이 결국은 대학입시로 귀결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해부터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시행되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진로탐색과 직업체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사회적 준비와 공감대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체계적으로 진로교육이 이뤄지기보다, 일회성 직업체험처 탐방에 급급하거나 미래 유망직종 등 단편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지난달 산업자원통상부가 마련한 ‘2017 신산업 융합 인재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공학교육인증원 송동주 부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공분야에서 한우물만 파는 I자형 인재가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과 깊이 있는 전공지식, 팀워크, 의사소통 능력을 두루 갖춘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인재상 역시 리더십, 겸손, 협동력, 배움 갈망, 재학습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갖춘 인재라고 한다. 미래는 혼자 연구실에서 고독하게 실험하는 방식이 아니라 협업과 융합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앞으로 5~10년 사이에 학교 역할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습공간의 공유와 디지털 콘텐츠의 증가, 증강?가상현실 도입 등 교육방법 면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진로?직업역량 교육에 있어서도 다양한 형태의 학교와 학제, 프로그램 등이 논의되고 시도되어 미래 사회에 실질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청소년 성장 생태계’을 가꿔나가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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