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전투기 핵심 'AESA 레이더' 첫발 뗐다…시제품 제작
IR 영상의 최고 온도 지점을 가리키는 커서가 붉은색 점 위에 찍혔다.
레이더 안테나가 오른쪽 20도로 쏜 고출력 빔을 맞은 지점이 가열됐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레이더를 그대로 둔 채 '왼쪽 20도 방향으로 빔을 방사하라'는 명령을 하자 레이더 왼쪽 부분에 붉은색 점이 생겼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3일 국내 언론에 공개한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 장비인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시제품의 빔 방사 시연 장면이었다.
시연은 AESA 레이더 시제 개발업체 한화시스템(구 한화탈레스)의 경기도 용인 레이더연구소 시험장에서 진행됐다. 이 연구소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DD가 이번에 공개한 것은 AESA 레이더 하드웨어 '입증 시제'(기술 검증 모델)로,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됐다.AESA 레이더 개발사업을 중간 평가하는 검증위원회는 지난달 말 입증 시제 1차 점검에서 "AESA 레이더의 국내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AESA 레이더는 기계식주사배열(MSA) 레이더와는 달리, 고정된 상태에서 빔 방사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투기 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공중, 지상, 해상의 광범위한 전장 환경에 대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AESA 레이더의 빔 방사 범위는 좌우, 상하로 각각 120도다.
AESA 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5∼6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이 도입할 차세대 전투기(F-X) F-35A와 성능개량 사업을 거친 KF-16은 AESA레이더를 탑재하게 된다. KF-X는 성능개량을 마친 KF-16과 비슷한 수준의 전투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는 게 ADD 측의 설명이다.
KF-X의 AESA 레이더는 전장 감시뿐 아니라 사격통제 기능도 갖출 예정이다. KF-X가 발사한 미사일이 표적을 맞힐 때까지 정밀 유도한다는 얘기다.
KF-X 여러 대를 '데이터 링크' 방식으로 연결하면 전장 감시와 미사일 유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ADD가 공개한 AESA 레이더 입증 시제는 빔을 쏘고 목표물에 반사된 빔을 받아들이는 송수신모듈(TRM) 1천개급이다. TRM이 조밀하게 붙은 직경 1m에 못 미치는 원판형 안테나와 전원공급장치로 구성됐다.
오는 9월 AESA 레이더 입증 시제를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사(社)로 보내 송수신장치와 결합하고 지상·비행시험을 할 계획이다. 이를 거치면 입증 시제는 비행 환경에서 빔을 송수신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입증 시제를 토대로 KF-X에 장착할 '탑재 시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KF-X 앞쪽 '노즈'(nose) 부분에 AESA 레이더를 장착하려면 크기와 무게를 더 줄여야 한다.
작년 8월 'KF-X AESA 레이더 개발 및 체계통합사업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개발에 나선 지 채 1년도 안 돼 입증 시제를 만들었지만,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AESA 레이더를 예정된 일정 안에 국내 개발하지 못하고 결국 수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작년 4월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더 기술을 축적해온 LIG넥스원을 제치고 시제 개발업체에 선정된 것도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ADD와 한화시스템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AESA 레이더 개발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장시권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는 이날 "어떻게든 성공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작년에 (AESA 레이더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며 "회사와 그룹 차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업 성공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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