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자살… 끊이지 않는 비극

▲ 경인지역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자살문제로 번지면서 집배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욱기자
경인지역 집배원들의 실질적인 업무량이 증가하고, 일부 업무의 매뉴얼도 미비해 집배원들의 근무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런 업무형태가 집배원들에게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지워 자살문제로 번지면서 집배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인지역의 집배원은 3천672명으로 2012년 3천339명 보다 약 10% 증가했다. 우편물 배달량은 2012년(143만4천544통)보다 19%가량 감소한 116만2천753통을 기록하는 등 인력은 늘고 배달물량은 줄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통계일 뿐 집배원의 근무강도를 좌우하는 등기·소포 물량은 오히려 늘었고, 구역변경 등의 업무 매뉴얼도 별도로 정해진 게 없어 집배원들이 처리해야 할 업무는 증가했다.

실제 경인지역 등기 및 소포 물량은 2012년 15만4천682통에서 2016년 17만5천443통으로 약 13.4% 증가했다. 일반우편과 달리 등기와 소포는 수취인을 직접 찾아다니거나 경비실에 맡겨야 하는 등 업무 동선과 소요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인지역 집배원들의 업무량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다.

집배원의 업무소요시간을 수치로 계산해 노동강도를 측정하는 집배부하량의 경우, 지난해 1~12월 기준 경인지역 평균은 1.1로 전국 평균인 0.99보다 높았다. 최근 분신자살한 A(47)씨가 근무했던 안양우체국은 1.125로, 업무에 허덕이는 경인지역 내에서도 업무과다 지역으로 손꼽힌다.

또한 집배원들의 담당 구역을 맞바꾸는 일명 ‘통구’ 또한 매뉴얼이 없어 집배원들의 무거운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담당 구역 집배원들의 휴가 등 부재를 대비하기 위해 담당 구역을 재조정하는 통구는 주기나 변경방식에 대한 지침이 없다. 때문에 구역을 맞바꾸는 집배원들은 기존 업무를 하면서 임의로 인수인계까지 해야해 무거운 혹 하나를 달고 지내야 한다.

최근 사망한 A씨도 7년 동안 담당했던 안양 덕천지구 구역변경을 단 3일 만에 끝내야만 했다. A씨의 동료들은 A씨가 바뀔 지역을 확인하기 위해 주말에도 직접 지도를 그리며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전했다.

허소연 전국집배노동조합 선전국장은 “인력을 증원하는 게 근본 해법인데 우정국은 자꾸 부족한 인력으로 어떻게든 업무량을 메우려 한다”며 “과로사, 자살 등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집배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인지방우정청 관계자는 “경인지역은 신도시 증가로 집배인력이 부족해 집배원분들의 고생이 크다”며 “인력증원은 본부측에서 업무와 인력을 감안해 배분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추가 인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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