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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김은경 2017년 07월 18일 화요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정책이 단기적 대안도 없고 중장기적 청사진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고 국가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무책임해 보인다. 발 빠르게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을 중단시킨 관료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대통령의 무지함, 제왕적 대통령제, 영혼 없는 청와대 비서진 및 관료들의 합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특히 탈원전 정책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는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면서 점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고 그에 따라 원전의 비중을 축소해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충분한 발전을 위해서는 시간과 투자가 많이 필요하며, 현 단계의 기술로는 비용도 매우 많이 든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하므로 인위적으로 물량과 생산시간을 조절할 수 없어 수급이 불안정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도 부족하고 기후나 지형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정책의 실현가능성도 의문시 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구호만 있을 뿐 실천계획은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탈원전 정책은 결국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의 발전을 늘려 온실가스배출만 급격히 증가시킬 수도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LNG 사용의 증가는 에너지안보와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안이 없는 탈원전 정책은 필연적으로 전기요금의 인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서민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관련 산업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해외 수출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자력기술은 발전과 비발전 분야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산업이 죽으면 연구개발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더욱이 탈원전은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지를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선한 의지와 바람직한 목표를 가진 정책일지라도 제대로 설계되어 추진되지 않으면 현실에서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정책도 수요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실현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안전이라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좀 더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탈원전은 5년 동안 완성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준비 없는 탈원전 선언에 따른 재정적 손실과 사회적 갈등도 크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믹스는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확대되어야 한다. 지금이 국가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것도 맞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들이 대안 없이 무조건 탈원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원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을 버리기 시작한 배경에 대해 정부는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밥 먹고 커피마시고 회의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보기 좋은 사진들을 언론에 방출하는 것 보다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탈원전의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모두 검토하여 대안과 비전을 가지는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안해야 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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