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피터 갤리슨/동아시아/484페이지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른 나라의 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있고, 지도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은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것일까? 그 어디에도 기준점이 없는 지구는 어떻게 현재의 경도와 위도 좌표를 갖게 된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 시간 동기화와 상대성이론을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초자오선과 경도를 정하고 시간과 지도가 통일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시계와 지도는 세계 각지에서 각각 발달해왔기 때문에 지역별로 각기 다른 시간과 지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는 철도, 전신 기술의 도입과 발달, 무선 통신의 확산, 식민지 제국의 확장 등으로 시간과 지도 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19세기 말의 상황에서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프랑스 경도국의 핵심 인물인 앙리 푸앵카레는 전자기 신호를 이용한 규약화된 시간의 동기화 개념을 주장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해 똑같은 빠르기로 흘러간다고 믿어왔다. 온 우주에서 시간이 똑같이 흘러간다는 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보편적으로 퍼져 있었다. 그런데 1905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이 보편적인 믿음이 옳지 않음을 주장한다. 시간의 동기화 과정은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시성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재해석은 시간과 공간에 관한 그 이전의 모든 생각들을 근대물리학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전환시켰다.



책은 19세기 후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믿어왔던 것들이 상대성이론의 발견으로 폐기되는 과정, 육상과 해저에 전 세계적으로 전신케이블을 설치하는 과학자들의 노력, 경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의 지도제작자들의 어려움, 전신 신호를 이용한 시계 동기화와 세계지도 제작 과정, 미터법 규약이 국제화되는 과정, 천문대 시간과 철도 시간 사이의 반발, 시간의 규제로 프랑스가 제3공화국의 혁명을 제도화하는 과정 등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의 풍경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십진법을 이용한 프랑스혁명 시계, 간섭계, 이동식 천문대, 공기압시계 제어실, 아인슈타인이 보았을 스위스 무리의 시계탑, 시간의 전자기 좌표화에 관한 특허 등 다양한 삽화를 실었다. 저자 피터 갤리슨은 과학사학자인 만큼 상대성이론을 사회적,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어려운 수학과 물리학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20세기 초 천재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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