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실의 추억/이해경/유아이북스/296페이지


‘마지막 황실의 추억’은 고종 황제의 손녀이며 의친왕의 딸인 이해경 왕녀가 자신을 비롯한 황실 가족의 삶을 회고한 책이다.

예절과 법도를 중시하는 황실과 개화된 세상 사이를 오간 저자는 세 살 때부터 궁에 살면서, 대한제국의 궁궐 생활을 직접 겪었다. 어린 시절, 왕녀로 살아왔던 남다른 삶과 일제 강점기와 제2차 세계대전 때 학창 시절을 보낸 경험, 해방 이후 6·25전쟁이 터지면서 겪은 혼란 등을 고스란히 책에 기록했다.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한제국 황실과 구한말의 숨겨진 역사를 황실 가족의 일생을 통해 재조명했다. 대한제국은 망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황실의 일가들은 남아 저마다의 삶을 이어 나갔다. 의친왕, 덕혜 옹주, 이우 공 등 많은 황실 가족들이 망국의 설움과 더불어 비운의 삶을 살다 갔다.

한국 근현대사 속 격랑의 시대를 모두 거쳐낸 이해경 왕녀의 생생한 회고담을 통해 황실 사람들이 겪었던 시대의 아픔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대한제국 황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무능해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항일에 대한 의지 없이 유약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저자는 이러한 왜곡된 세간의 평가를 바로잡고자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한 궁궐 안에서의 삶을 그대로 밝히고 있다.

저자가 역사책에서 찾은 의친왕은 주색잡기에 빠진 무기력한 황자가 아니었다. 나라가 기울어가는 것을 한탄했고, 호방한 품성으로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에게도 호통을 치고, 데라우치 총독에게도 거침없이 권총을 겨누는 등 일제 권력자 앞에서 늘 당당했다.

한일합방 후 일본 경찰의 삼엄한 감시 속에 살았던 의친왕, 고종 황제 승하 후 볼모나 다름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정략결혼 후 불행한 삶을 살게 된 덕혜옹주, 운현궁에 입양된 둘째 오빠 이우 역시 일제의 강압 속에 유학을 떠나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일본 장교로 히로시마에 파견됐다가 원자 폭탄의 희생양이 되는 등 대한제국의 황실 가족들은 일제의 억압으로 편안한 삶을 살지 못했다. 저자는 기개 있는 대한제국의 황자로, 독립운동에 뜻을 펼치고자 상하이에 망명하려 했던 아버지 의친왕의 업적을 인정받고, 그의 참된 면모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제국 황실의 기억을 더듬어 쓴 이 책을 통해 정치적으로 폄하된 이야기가 아닌 생생한 실제 역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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