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 제의했다. 어쩌면 이 같은 정부의 제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에 당국 간 회담 개최가 처음으로 남북관계가 중대 분수령에 접어들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방부의 얘기처럼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이다. 구체적으로 날짜까지 적시했다. 오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 일이다.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우리측의 확성기 방송에 회담이 열리면 북측도 각각 진행하고 있는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불필요한 소모전이 없게 된다.

물론 이런 두 회담의 기조에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 한반도 평화비전’인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선택의 여부는 전적으로 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에 이러한 우리의 제의를 북한이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북한은 문 대통령의 여러 대화 제스추어에 반박에 신호를 보낸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제안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응하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으로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접촉 이후 33개월 만의 일로 기록될 것이다.

통일부의 발표처럼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이 마주 앉는다면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고 불필요한 오해도 사라지게 될 것이 뻔해서다. 그동안의 우리 정부 대화노력에도 희미한 반응을 보이거나 아예 안보인 북한에 대해 우리는 군사회담에 대해선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적십자회담에 대해선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각각 회신해달라고 밝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알다시피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 모든 남북 간 통신 채널을 단절한 상태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 기회에 이들 채널이 복구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통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군사회담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와 회담 성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한 것을 기억한다. 우리의 제안대로 모든 회담이 열릴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 이 냉랭한 정국을 타개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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