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의 저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신인 박성현(24)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유소연이 우승한 데 이어 한국 선수의 시즌 두 번째 메이저 제패다.

한국계 미국선수 대니엘 강이 KMP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메이저 우승컵 3개를 모두 한국 선수나 한국계 선수가 차지한 것이다.

특히 이번 US여자오픈 대회 ‘톱 10’에는 한국 선수들이 8명이나 포진하고 있어 ‘US여자오픈’이 아니라 ‘한국여자오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낭자’들의 LPGA 장악은 1990년 전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구옥희(1956∼2013)가 스탠더드레지스터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 첫 LPGA 투어 우승 대업을 달성하고, 고우순(53)이 도레이재팬퀸스컵에서 1994∼1995년 연속 우승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존재감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한국 여자골퍼들의 힘을 미국 무대에 알린 것은 박세리였다.

박세리는 1998년 LPGA 데뷔 첫해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2개의 메이저 우승을 비롯해 시즌 4승을 거두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US여자오픈 연장 18번 홀에서 티샷한 공이 워터해저드 근처로 굴러내려 가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가 공을 살려내는 극적인 장면은 이후 많은 ‘박세리 키즈’ 탄생에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1998년 이후 지금까지 LPGA 투어 정규 대회 우승자 명단에 한국인 선수가 빠진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

박세리의 활약이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동안 ‘슈퍼 땅콩’ 김미현과 박지은, 박희정 등이 가세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LPGA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층이 한층 두터워졌다.

2004년 박지은이 나비스코 챔피언십, 2005년 김주연이 US여자오픈, 같은 해 장정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LPGA 메이저를 제패한 한국 선수들의 명단도 길어졌다.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 스타 선수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여기에 미셸 위(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한국계 선수들도 선전하면서 2008년 이후에는 매 시즌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나 한국계 선수들이 한 차례 이상 우승했다.

특히 이날 박성현이 우승한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유독 깊다.

박세리 이후 김주연,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등이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날 미국 매체 골프채널은 “미국골프협회(USGA)는 US여자오픈을 가끔 한국에서개최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성현은 “많은 한국 골퍼들에게 US오픈은 박세리를 연상시키는 대회”라며 “이것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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