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STORY] 대학생·세계랭커 제압 '탁구신동' 신유빈

2014년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을 상대로 지구를 지키는 ‘지구특공대’ 멤버로 깜짝 출연한 귀염둥이가 있었다.

한손에는 외계인들을 물리칠 무기(?)인 탁구 라켓을 들고 출연한 귀여운 바가지 머리의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은 탁구대보다 머리가 겨우 올라오는데도 불구하고 성인들을 제압해 감탄을 자아냈다.

탁구 신동이라고 불리운 그는 바로 신유빈이다. 탁구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잘 성장해 현재는 수원 청명중 1학년 여자탁구부에 들어가 지난 4월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무한도전 당시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답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2009년 5살이었던 신유빈과 탁구 랠리를 해 본 ‘살아있는 탁구 전설’현정화 렛츠런파크 감독으로부터 “10년 후 올림픽 무대에 출전할 재능”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키가 160cm가 넘는 폭풍성장을 했음에도 여전한 트레이드 마크인 귀여운 바가지 머리에 장난끼 가득한 신유빈 선수를 만나봤다.

-아버지는 탁구 지도자,언니는 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다. 탁구를 시작한 계기가 아버지와 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실업팀에서 탁구 선수로 뛰셨던 아버지(신수현)께서 현재는 수원시탁구협회 전무로 활동하고 있고 언니(신수정)는 청명고에서 탁구 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저는 운동을 시키실 생각은 없으셨대요. 아버지께서 수원 율전동과 송죽동, 매탄동에서 탁구장을 하시는데 어렸을때부터 다 쫓아다녔어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인형보다는 탁구 라켓이 장난감이었고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탁구장은 놀이터가 됐던 것 같아요. 7살때 아버지께서 드라이브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제가 배우지도 않았는데 점프해서 공 윗면을 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탁구를 시켜야겠다고 하셨대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가장 대견해 하세요. 어렸을때는 언니랑도 많이 쳤는데 요즘은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경쟁심도 불타올라 자제 하고 있어요. 요즘은 테크닉 적인 부분에서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께 가르침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탁구를 접했을 때의 느낌과 남다른 흥미가 있었다면.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탁구장을 따라다니다보니 아버지께서 회원들 수업을 봐주시면 저는 연습하시는 다른 분들하고 탁구를 쳤어요.워낙 어려서부터 라켓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니까. 레슨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장난 삼아 상대를 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키가 작으니까 탁구대에 앉아서 치기도 하고 의자를 가져다 놓고 치기도 했어요.초등학교때는 친구들보다 언니·오빠들하고 치는게 배울게 많아 좋더라고요. 공이 날아오는 속도나 힘,테크닉이 또래 수준하고 다르니까 많이 졸랐던 것 같아요.이제는 아버지 탁구장에서도 실력자들을 찾아 한 수 가르쳐달라고 부탁도 드리고 있죠. 핸디캡없이 성인들과 같은 조건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갈수록 흥미가 더 생기고 자신감도 넘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나선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 선수를 제압하며 이름을 알렸다.이후에도 참가하는 대회마다 주목을 받고 있는데 성적에 감정이 크게 좌우되지는 않는지.

“2013년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출전할 수 있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개인단식 경기에서 대학생 언니와 시합에서 4대0으로 이겼고 8월에 참가한 전국종별학생탁구대회 초등부에서는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붙기도 했고 더 큰 경기에서는 당연히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2015년에 출전한 ITTF(국제탁구연맹) 벨라루스오픈에서 성인 경기에 도전했을때는 정말 정신없이 얻어맞기만 한 것 같아요. 성인 여자단식 조별 리그 2전 2패, 21세 이하 여자단식 3전 3패로 예선 탈락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이 비슷하면서 지던가 그보다는 좀 더 실력 차이가 나서 지면 배울게 많았을텐데 그때는 제가 좀 무기력해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얼른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훌훌 털고 또 연습에 들어갔죠. 원래 긴장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탁구는 즐기면서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올 4월 열린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여자단식 16강에서 일본의 나카하타 나츠미(21) 선수를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이겼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성인 세계랭킹 30~40위권을 유지해 온 일본 대표선수고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싱가폴의 펑티안웨이를 이겼었던 사실을 알았을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미리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졌을텐데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실업팀 언니·오빠들의 도움이 큽니다. 아버지와 함께 삼성, 대한항공, 마사회, 포스코 등 실업팀을 다니며 연습을 하는데요. 앞으로는 좋은 결과로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께 보답할거에요.”

-지난달 29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2017 대한항공 제23회 아시아 주니어&카데트 탁구선수권에서는 눈물까지 보이는 등 많이 속상한 것 같았다.

“탁구 인생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정말 아쉬웠습니다. 꼭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거든요. 여자 카데트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과 맞붙었는데 게임스코어 1대3으로 패했어요. 복식을 잡은 후 제4단식에서 중국 왕티아니와 치열하게 싸웠어요. 솔직히 경기하면서 ‘파이팅’을 큰 소리로 외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날은 사라질 것같은 자신감을 붙잡아 놓기 위해 저도 모르게 외쳤던 것 같아요. 결국 풀세트 듀스 접전 끝에 2대3(3-11, 11-7, 9-11, 11-6, 10-12)으로 져, 아쉬움에 눈물이 많이 나더라고요. 중학생이 되고 첫 아시아선수권 도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날 경기로 가장 큰 것을 배웠어요. 이제야 탁구를 어떻게 쳐야하는지, 진정한 내 것, 내 실력으로 어떻게 해야 받아들이는지를 말이에요.”

-롤 모델로 삼은 선수가 있는지. 그 선수에게 배우는 것이 있다면.

“일본에 히라노 미우(16·여)라는 선수가 있는데 전부터 그 선수 영상을 보고 따라 해 보기도 했어요. 하도 많이 봐서 경기를 거의 외울 정도입니다. 그 선수는 드라이브, 스텝, 서브 등 모두 다 갖춘 괴물같은 선수에요. 또 한 선수는 중국의 슌잉샤(16·여)라는 선수인데 저도 좋아하지만 아버지께서 더 추천을 해주는 선수에요. 힘과 스피드, 기술 등을 보면 꼭 남자선수같이 치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경기 진행이 빠른, 속도감 있는 거에요. 여러가지 스타일을 습득하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잘 버무려,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겠습니다. 좀 더 성장해야겠죠.”

-신유빈 선수의 목표가 있다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이죠. 모든 운동선수들의 같은 목표 아닐까요. 얼마전 브라보앤뉴와 계약을 체결하게 됐는데요. 이제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선수들과 시합하고 경쟁하며 경험을 쌓고 저만의 스타일을 찾고 실력을 견고하게 하겠습니다. 이후에는 좋은 성적을 내고 랭킹도 올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그때는 대회 출전하면서 긴장하면 어쩌죠. 제 목표를 위해 한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국가대표 선수가 됐습니다. 가까운 저의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입니다.”



탁구인 아버지 신수현이 본 딸 신유빈은.

“유빈이는 얼마나 겁이 많은지 귀신도 무서워하고 밤에는 엘리베이터도 혼자 못탑니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대범함이 나오는지 긴장이라는 걸 모르고 경기에 출전하더라고요. 최근 중국선수와 경기할때도 그랬지만 꼭 이겨야겠다는 경기때는 근성이 생기는지 그런때는 꼭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더라고요. 그런때는 또 ‘내 딸 맞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처음 탁구를 시작할때는 하고 싶을때 하고 하기 싫으면 안했는데 이제는 중학교 선수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다보니 훈련량도 많아지고 연습량도 많아지니까, 힘들다고는 하죠.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더라고요. 자신이 부족한 것을 아니까 더 스스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스럽습니다. 유빈이는 습득이 빠릅니다. 기술을 알려주면 자신의 것으로 금방 만들더라고요. 또 유빈이의 장점은 자신이 패한 경기는 냉정하게 분석해 다음 경기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덜고요. 지금은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히라노 미우와 슌잉샤의 경기를 습득하며 여러 변형을 줘보는데 금방 본인의 스타일을 찾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좀 컸다고 언니와 시합하면 둘이 티격태격도 하기도 하는데, 자매가 좋은 경쟁으로 서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나츠미 선수를 이겼을대는 세계 랭킹이 219위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247위로 떨어졌습니다. 유빈이가 조급해하지 말고 당분단은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세계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쌓으며 무럭무럭 성장해 탁구를 즐겁게 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취재=김동성기자/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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