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에는 그들이 있었다.

5·18민주항쟁 속 외신기자를 태운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가 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찾는다.

믿고보는 배우 송강호와 유해진의 출연소식과 역사적 실화를 기반으로 한 단단한 스토리에 벌써부터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11일 북미를 시작으로 24일 호주 및 뉴질랜드, 25일 영국에서 차례로 개봉되는 등 해외개봉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기대작이다.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섭의 만류에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그날의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의 모티브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기사 한줄이었다.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 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광주의 한가운데로 힌츠페터를 태우고 들어갔다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힌츠페터조차 끝내 다시 찾지 못해 익명의 존재로 남은 김사복씨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택시운전사의 마음 속 행로를 따라가는 영화는 실재했던 두 사람의 관점이 가진 생생함으로, 1980년 5월 광주를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택시운전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만섭과 피터는 공통된 인간의 도리에 충실하다.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와 고립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려야 한다는 피터의 도리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그들이 만나는 광주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이자 아빠인 소시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평소 운동권도 아니었던 평범한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그러나 양심과 상식, 인간의 도리 면에서 이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 이전에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맞서서 사람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영화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는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연결되며, 비단 현재,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할 것이다. 8월 2일 개봉.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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