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성과급 등 많아도 '최저임금 1만원 이하 근로자' 수두룩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는 현재 한해 5천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연봉을 7천만원으로 올리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재계에서 커지는 이런 목소리는 얼핏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급 부담이 너무 늘어난다"는 주장으로 들리지만,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각종 수당과 상여를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 5천만원 연봉자도 최저임금 인상 수혜…"기본급·일부 수당만 따지기 때문"

현행법에서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직무·자격 수당 등 일부 수당만 제한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사실상 근로자들이 '고정적'으로 받는 정기 상여금이나 숙박 지원비, 다른 각종 수당 등은 최저임금 판단 기준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항상 최저임금 논란의 불씨가 된다.

 실제로 최근 최저임금 16% 인상 이후 불거진 고액 연봉자의 최저임금 인상 수혜, 외국인-한국인 노동자 급여 역전, 9급 공무원의 최저임금 미달 등 여러 논란의 뿌리도 모두 최저임금 산입 기준에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대기업 A사 생산직의 초임(기본급과 최저임금 산입수당)은 시급6천603원(월 138만 원/근로시간 209시간)으로 최저임금(6천470원)보다 고작 2% 높지만, 상여금·성과급·연장 근로수당 등을 포함해 월급은 401만 원, 연봉은 4천812만원에 이른다.

 이 직원의 실제 연봉에서 최저임금 부분(기본급과 최저임금 산입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월 138만 원, 연 1천656만 원, 시급 6천603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대선 공약처럼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이 생산직 근로자의 연봉은 무려 2천여만 원 많은 6천943만 원까지 뛸 수 있다.

 시급 증가분(1만-6천603원)에 따라 기본급이 월 200여만 원으로 인상되면 이와 연동된 연장근로수당, 정기 상여금, 성과급 등도 덩달아 크게 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르면 상여금·성과급·연장 근로수당 등이 없이 정말 기본급만 받는 근로자의 연봉은 1천600여만 원에서 2천500여만 원으로 900만 원 정도 늘어난다"며 "이와 비교해 대기업 직원은 오히려 2천만 원 이상 연봉이 뛰는 비상식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외국인-내국인 급여 역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공무원' 논란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내·외국인 근로자 간 인건비 역전 현상도 예상된다.

 대다수 외국인 근로자가 고정적으로 받는 숙식비는 사실상 임금과 마찬가지지만최저임금 산입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급만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면 숙식비를 받지 않는 내국인 근로자보다 총 급여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정하면 1인당 인건비(기본급·초과급여·숙식비 등)가 평균 192만원으로 내국인(160만원)보다 많아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나 높은 7천530원(시급) 수준에서 결정되자, 당장 내년부터 9급 등 하위 공무원들의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돌게 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9급 1호봉은 월 기본급 139만5천800원과 직급보조비 12만5천원을 받는다. 공무원의 급여 항목 중 최저임금 기준에 해당하는 것은 이 두 가지뿐으로, 합계 152만800원을 209시간(주 5일 8시간 근무)으로 나누면 단순 계산상 시급은 7천276원 정도다.

 실제로 내년도 최저임금(7천530원)보다 낮지만, 공무원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아닌 데다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 등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공무원의 총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돌 일은 없는데도 너무 좁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탓에 이런 불필요한 논란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에 맞춰 최저임금 역시 근로의 대가로 정기·일률적으로 받는 상여금, 모든 수당과 금품(현물급여 포함) 등을 포괄하도록 규정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합

사진=SBS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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