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 대한 폭력이 세간의 입에 또 오르내리고 있다. 운동선수 폭력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잊을만하면 발생하고 있어 운동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좋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충남 모 대학 야구팀의 폭력 동영상이 만천하에 드러나 운동부 폭행의 심각성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같은 폭행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할 수 있다. 시대적 흐름과 각종 예방책으로 예전보다는 지도자의 선수 구타, 선수 간 폭력 등 인격 모독 행동이 줄어들긴 했지만 없어졌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에서 운동부 폭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방차원 보다는 사후약방문식의 처방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징계 또한 미약해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의 폭력 관련 신고 및 상담건수에 따르면 2011년 100건에서 지난해 186건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신고 및 상담 건수의 증가는 실제로 현장에서 폭력 등의 행위가 증가 했다기 보다는 각종 교육 등으로 피해자들의 인식이 개선돼 감추지 않고 드러내 놓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회가 투명해지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운동부는 계급사회 집단도 아닌데 절대복종한다. 감독이나 코치에게는 절대권한이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의 말을 듣지 않거나 부모들이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 관습처럼 체벌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본인의 미래가 걸려 있고, 자식이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성적 지상주의와 대학 진학 등 사회적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선수 학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의 만행에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참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 대학 야구부의 경우도 지난해 1월 발생한 사건을 지난 3월 부모들이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문제가 됐지만 결국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사건은 마무리 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그 감독은 추후에도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폭행, 폭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누군가 동영상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의 판단에 따른 폭행과는 달리 부모의 부탁으로 지도자가 선수를 체벌했다고 주장하는 사건도 있어 당혹감을 갖게 한다. 최근 전국체전 복싱 경기도 대표 선발전을 겸한 시흥시장배 복싱대회 계체량때 불거진 사건으로 A고교 선수 2명의 허벅지에 멍자국을 발견한 심판부는 경찰청 117 학교 폭력 신고센터에 신고했다. 하지만 피해자 부모는 “내가 내 자식 사람 좀 만들어달라고 때려달라고 했는데, 왜 문제화 시키느냐”고 오히려 심판부에 항의를 하고, 부모나 선수들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더욱이 피해 선수들은 심판부가 자신의 동의 없이 증거자료로 쓴다며 신체사진을 촬영한 경기도 복싱협회측을 문제 삼는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단순 폭행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지만 협회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징계여부를 결정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폭행 관련 사건은 협회의 내홍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폭행 그 자체만은 정당화 될 수 없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하게 대처키로 했다. 자식을 훈계해 달라는 부모의 부탁을 받고 체벌을 가했다지만 과도한 폭력 때문에 사망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 어느 부모가 선생에게 자식을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고 부탁할때 사랑의 매 정도지, 몸에 피멍이 들고 죽을때까지 때려달라고 했을까 되짚고 싶다.

과정이야 어찌됐던 폭력행위는 해서는 안된다. 한때 폭행의 가르침이 운동부의 관습처럼 행해졌지만 시대적 흐름은 그걸 용서하지 않는다. 현재의 지도자들이 맞으면서 운동했다고 해서 폭력에 대한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더욱 심각한 상태다. 폭력도 습관이 될 수 있다. 관계기관의 폭력 방지를 위한 교육도 지도자들의 의식개선에 최우선적으로 신경써야 하고, 선수들에게도 폭력의 폐혜를 보다 적극적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사고발생 이후의 징계 강화 보다는 원천적으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의 내실화가 중요하다.

오창원 문화체육부 부국장/cwo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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