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발령전 운용 1곳뿐…나머지 대부분 1시간 후에 가동
'오작동 우려 수동 전환' 해명

▲ 서울과 인천(강화·옹진 제외)을 비롯해 경기도 일부 등 모두 12개 시군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3일 오전 인천 남구 간석동 도로 일부가 침수돼 차들이 힘겹게 통과하고 있다. 연합
인천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시내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지만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는 비가 온 지 한참 후에나 가동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의 신속한 대처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3일 시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오전 6시 15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구 110.5㎜, 남동구 110㎜, 동구 104㎜, 부평구 92㎜, 중구 85.5㎜, 서구 62㎜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남동구 구월동 한 주택 지하에서 시민 한명이 숨졌고 남구 승기사거리 일대와 부평역 인근, 만수·도림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물에 잠긴 차량이 속출했다.

수도권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서해 5도와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전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고, 오전 8~9시 사이에 비가 집중됐다.

그러나 인천 빗물펌프장 대부분의 배수펌프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진지 1시간이 지나서 가동됐다.

인천 13곳의 펌프장 중 호우주의보 발령 이전에 배수펌프가 가동된 곳은 서구 검단 펌프장 1곳에 불과하다.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는 비가 많이 올 경우 유입된 배수구역 안의 빗물을 하천 등 공공수역에 방류해 침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유역 면적이 3천100㏊에 달하는 인천교매립지 펌프장의 배수펌프 12대는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바뀐 지 10분이 지난 오전 9시 30분에 가동됐다.

수도권기상청은 오전 9시 20분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바꿔 발령했다.

인천교매립지 펌프장 관계자는 “배수 펌프를 가동하는데는 전기세가 많이 들어 마음대로 가동하기가 힘들다”며 “매뉴얼에 따라 배수펌프를 가동했지만 물이 갑자기 불어나 대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피해가 집중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1·삼산2·갈산 펌프장의 최초 배수펌프 가동시간은 오전 9시 이후다.

침수가 발생한 승기사거리 유역을 관할하는 구월 펌프장 배수펌프는 오전 8시 51분에 가동됐으며 남구 용현 펌프장은 8시58분에 가동됐다.

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펌프장에 자동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사람이 직접 배수펌프를 가동한다”며 “비가 기습적으로 집중돼 내리면 배수펌프를 가동해도 침수를 방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전 7시 21분에 배수펌프가 가동된 서구 검단 펌프장은 인력이 아닌 자동으로 배수펌프를 가동한다.

조기정·이정용기자/ck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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